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2026년 6월 1일 트립닷컴 트래블 싱가포르 프라이빗 리미티드(이하 트립닷컴 싱가포르)와 주식회사 트립닷컴코리아(이하 트립닷컴 코리아)가 항공권 판매 과정에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고, 청약철회 시 대금을 소비자가 결제한 수단이 아닌 항공사 바우처로 환급한 행위, 그리고 청약철회 자체를 방해한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트립닷컴 싱가포르는 2017년 11월 20일부터 2025년 9월 23일까지 약 8년 가까이, 트립닷컴 코리아는 2020년 4월 17일부터 2025년 1월 20일까지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항공권 판매 정보를 제공하고 청약을 접수하면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사이버몰을 통해 재화를 판매하거나 중개하는 사업자는 반드시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트립닷컴은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항공권 판매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을 받는 구조였기 때문에 단순 중개자가 아니라 통신판매업자로서의 의무를 부담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다만 두 회사는 각각 2025년 9월 24일과 2025년 1월 21일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완료해 시정 조치를 취했다.
또한 트립닷컴 싱가포르와 트립닷컴 코리아는 2020년 2월 5일부터 2025년 7월 30일까지 소비자가 항공권 구매를 철회한 일부 거래에 대해 대금을 현금 또는 신용카드 결제 취소 방식이 아닌 항공사가 발행하는 바우처(일종의 상품권) 형태로만 환급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기간 동안 바우처로 환급된 건수는 총 1만 3010건에 달하며, 환급액은 약 31억 5500만 원 상당이다. 이는 전체 환급 건수의 0.84%, 환급액 기준 0.73%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가 청약을 철회할 경우 사업자는 지체 없이 결제한 수단과 동일한 방식으로 대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규정한다. 트립닷컴이 항공사의 정책을 이유로 바우처만 제공한 것은 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판단됐다.
나아가 트립닷컴은 항공권 예약·발권·취소 과정에서 '항공사 규정에 의거해 경우에 따라 환불 금액이 항공사 바우처로만 제공될 수 있습니다' 또는 '환불은 항공사 바우처 형태로만 제공됩니다'라는 문구를 노출해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사실상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지는 마치 바우처 외에는 환급받을 방법이 없는 것처럼 오인하게 해 소비자가 법적으로 보장된 청약철회권을 자유롭게 행사하지 못하게 한 것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 또한 전자상거래법이 금지하는 기만적 방법을 이용한 청약철회 방해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번 제재의 의의는 온라인 여행 플랫폼이 단순히 항공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개자에 그치지 않고, 자체 사이버몰에서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예약을 접수하는 구조라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통신판매중개자)로서의 책임을 진다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했다는 데 있다. 특히 항공권 특성상 개별 항공사의 환급 정책이 법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할 경우, 플랫폼이 그 정책을 따른다고 해도 전자상거래법 위반을 면할 수 없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 트립닷컴은 현재까지 적발된 바우처 환급 건에 대해 현금 환불 등 소비자 피해 회복 조치를 완료했으며, 2025년 7월 31일부터는 바우처로만 환급하는 항공권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도 온라인 여행 플랫폼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청약철회권 보장 등 법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을 통해 플랫폼 업계 전반에 소비자 보호 의무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