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 과열장에 필요한 건 종목 정보 아닌 ‘판단 역량’

주식 과열장에 필요한 건 종목 정보 아닌 ‘판단 역량’
주식시장 과열 국면이 이어지면서 금융역량의 의미를 다시 따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ETF·ETN) 상장에 맞춰 추가 사전교육과 기본예탁금, 상품 표기 강화 등 투자자보호 장치를 도입했으며, 불법 핀플루언서의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도 인공지능(AI) 기반 실시간 감시체계를 통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달 26일 개최한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는 금융교육의 초점을 지식 전달에서 행동 설계와 위험 판별로 옮겨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허수정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장은 “금융이해력이 지식과 개념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면 금융역량은 금융이해력을 바탕으로 실제 의사결정까지 이어지는 구체적인 행동”이라며 “금융교육은 배운 내용을 실제 상황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 청소년·청년층은 ‘투자 기술’보다 정보 판별력이 우선
청소년·청년층 금융역량의 핵심은 조기 투자 참여가 아니라, 투자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있다. 금감원은 아동·청소년기에는 건전한 금융습관과 조기 금융문해력 형성을, 청년층에는 실제 의사결정 시점에 맞춘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1사1교 금융교육, 자유학기제 금융교육,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 안착 지원 등이 있으며, 교내 금융교육 강화를 위해 관련 교사연수 확대도 추진 중이다.
허 팀장은 “주식 투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하는 만큼, 기초적인 투자 역량을 기르고 체계화된 금융투자 상품 교육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 분석 역량과 불법 리딩방의 위험성 인지 등을 거론하며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고위험 상품에 의존하는 한탕주의를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금융상품 구조 이해 못지않게 ‘무엇이 정말 믿을 만한 정보인지를 가려내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중장년·고령층은 ‘금융후생’ 위한 실천 유도
중장년·고령층의 금융역량은 금융후생, 즉 재정적 안정과 만족도를 지키는 능력에 무게가 실렸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위험 대비와 공적 금융자문 활용, 대면·비대면 지원 채널 개선, 금융역량 과신 완화, 긍정적 금융행동 유도 필요성을 제시했다.
변 연구위원은 “금융지식이 긍정적 금융행동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재정적 만족도나 안정도는 개선되지 않는다”며 부채·현금흐름 관리와 완충자산 마련, 노인돌봄 대비, 재정위임, 금융자문 활용 등 실제 생활 속 준비 행동을 돕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 대신 감정·심리·인지적 요인으로 불리한 선택을 하는 행태편향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진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평소 금융교육을 잘 받았던 사람도 빨리 수익을 내고 손실을 회복하고 싶은 조급함에 휩쓸려 금융피해에 노출되기 쉽다”며 금융피해 예방 역량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의사결정 시 반드시 거쳐야 할 판단들을 했는지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중고령층은 디지털 활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고 질문과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대면 교육 채널이 반드시 유지·강화돼야 한다”고 했으며, “공공 상담서비스도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식의 문턱부터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