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보험
보험을 이해하는 뉴스와 정보
한국보험신문

[신문로] 아보카도의 맛

 신문로  아보카도의 맛

신문로 아보카도의 맛

[신문로] 아보카도의 맛

아보카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느끼한 버터 맛에 질퍽한 것이 썩 입맛에 안 맞았다. 더구나 두꺼운 껍질에 또 그 안에 웅크려 있는 씨알은 왜 그리도 크고 딱딱한지 여간해 빼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요사이 아보카도 맛에 눈이 확 떠졌다. 따끈한 빵 위에 얹힌 아보카도 맛이 꽤 괜찮았다. 고소하니 부드럽고 담백했다. 그간의 거부감이 일거에 사라져 버렸다. 변덕스럽다고 하겠지만, 진즉에 이 맛을 몰랐을까 하고 갸우뚱했다.

아무튼 아보카도의 맛을 알게 된 후 궁금한 게 하나 생겼다. 누가 던지기라도 해 머리에 잘못 맞으면 당장 뇌진탕이 일어날 짱돌 같은 그 씨알 말이다. 효율만 보면 한참 비경제적인데 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리 큰 건지 모르겠다.

그래 듣자니, 아보카도의 그 큰 씨는 거대 운반자를 이용하려 진화한 산물이란다. 수만 년 전 매머드 같은 거대 초식동물이 아보카도를 통째로 삼킨 뒤 성큼성큼 먼 곳에 가서 씨를 배설하면 자연스레 아보카도가 퍼져 나갈 수 있게끔 설계되었단다.

사실 종족 번식이라는 것이 동물만의 본능이 아니다. 식물도 있다. 가능한 한 넓게 멀리 씨를 뿌려 자기 유전자를 확산하려는 것은 모두 매한가지다. 당시 아보카도로서도 육중한 동물만큼 빠르고 확실하게 제 씨알을 옮겨줄 택배사가 또 없었을 터다.

더 흥미로운 건 아보카도씨를 옮겨준 거대 동물이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멸종한 그다음이다. 아보카도는 믿고 맡겼던 단골 배달업체가 일순간 사라졌으니,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종족 보존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아주 기막힌 배달원이 나타난다. 바로 인류였다.

인류는 지구 곳곳으로 아보카도씨를 옮겼다. 아보카도는 그간 막역했던 초대형 파트너를 잃었지만, 새로이 인간을 만나 다시 공생관계를 만들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나름 살길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여태껏 잘 살아남아 최고(最古) 과일의 반열에 올랐다. 아보카도의 승리다.

세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구고열화로 이상기후, 재난 재해가 빈발하고, 그간 인간이 우월하게 차지해 왔던 것들을 인공지능(AI)이 거침없이 삼키고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기계 인간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AI 급발진으로 인류 파국을 막기 위해 날아 온 그 미래 연도가 2029년이었다. 딱 3년 남았다. 지금과 같은 과속도로 AI가 빠르게 진화하면 영화 속 장면이 진짜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무서운 일이다.

앞으로 제 환경이 어느 속도로 어디까지 바뀔지 너무나 불확실하다. 모든 것이 예측 불가다. 다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딴 세상이 곧 오리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 앞날은 어떻게 될까, 막막하다. 우리 삶은 어찌 변할까, 갈피 잡기 어렵다. 뭐라 한들 가정이고 예측일 뿐이다. 아놀드와 함께 미래에 가 보지 않는 이상 오리무중이다.

단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정도다. 물론 이 또한 식상하고 고리타분한 말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한마디 거들자면 적응이다. 좋건 싫건 적응해야 한다. 작금의 환경 변화를 막기는 불가능하기에 적응 말고는 다른 수가 없다.

지금보다도 훨씬 험악했던 환경 변화 속에서 그 어마어마한 덩치의 매머드도 별수 없이 사라졌지만, 아보카도는 살아남지 않았는가. 결국 적응의 문제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특히 보험업은 되도록 빨리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온기 있는 업의 면모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장차 살아남는 보험은 인간미 있고 사람 냄새와 따듯한 정(情)이 담긴 보험일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포용이고 상생이다. AI 알고리즘에만 기댄 보험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자고로 보험은 발생 손실을 기계적으로 단순히 메워주는 것이 아니라 사고로 힘든 상황에서 다시금 일어설 수 있게끔 손잡아 주고 기대게 하는 듬직함, 든든함이 본령이다.

이 핵심 DNA를 아보카도의 큰 씨알처럼 부서지지 않게 단단히 동여매 유전시키면 어떤 극한 환경 변화에도 보험, 보험업은 살아남을 것이다. 자연이 알려준 생존 비법이다.

남상욱

한국보험학회 회장.

0

기사 출처

한국보험신문 콘텐츠 협력 AI 문장 편집 원문 확인

이 기사는 한국보험신문 원문의 사실·수치·인용 범위 안에서 이즈보험이 제목과 문장, 정보 흐름을 AI로 편집했습니다. 정확한 인용과 세부 맥락은 원문을 함께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