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계화에 기반한 '미래형 사과 재배 생산 체계' 구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존 사과 재배는 나무를 가늘고 길게 키우는 '세장방추형'이 주를 이루었다. 이 방식은 줄기 중심으로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작업 동선이 복잡하고, 가지치기·꽃솎기·수확 등 주요 작업의 기계화가 어려웠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재배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생산 체계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나무 형태를 단순화한 '평면형 수형'의 보급이다. 평면형은 두 개의 줄기가 중심이 되는 '2축형'과 여러 줄기를 나란히 세우는 '다축형'으로 구성된다. 이들 형태는 나무를 2차원으로 배열해 작업 동선을 최소화하고, 관리 효율을 높인다. 햇빛이 나무 안쪽까지 균일하게 투과돼 광합성 효율이 높아지고, 과일 색과 당도 등 품질이 균일하게 향상된다. 바람이 잘 통해 병 발생 위험이 줄고, 고온·이상 기상 환경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재배 체계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트랙터 부착형 가지치기·꽃솎기·잎솎기 장치 등 기계화 체계를 구축하고, 품종과 나무 형태별 표준 작업 지침을 확립했다. 기계 가지치기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수작업보다 노동력을 25~35% 절감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2축형 재배의 수작업 가지치기에는 10아르당 27.4시간이 걸렸지만, 기계 작업은 16.0시간이 들었다. 가지치기 장비는 50마력 이하 국산 트랙터에 부착할 수 있도록 국산화 기반을 마련했다.
기계 꽃솎기 기술 실증 결과, 트랙터 부착형 장비를 활용하면 10아르 면적의 꽃솎기에 30분 정도가 소요됐다. 수작업으로 꽃을 솎으려면 10아르당 13시간 정도가 걸린다. 농촌진흥청은 이 기술에 대해 특허출원을 완료했다.
현재 평면형 수형 재배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축·다축형 재배 면적은 2018년 3ha에서 2023년 362.2ha, 2025년에는 전체 사과 면적의 3.5%인 1,149.9ha까지 증가했다. 2030년에는 5,000ha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진흥청은 평면형 수형과 기계화 기술, 기존 개발한 무인 약제 살포 기술 등을 연계한 스마트 과수원 모형을 2030년 2,000ha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평면형 수형은 기존 재배 방식보다 초기 투자비가 더 들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조기 수량 확보와 품질 향상, 작업 효율성 개선, 노동비 절감 등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대현 원장은 "사과 생산 체계 전환은 단순한 재배 기술 개선을 넘어 노동력 부족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평면형 수형과 기계화 기술이 결합하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20% 이상 증가하고 노동력 투입은 30% 이상 절감되는 등 생산성과 경제성이 동시에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평면형 수형은 모든 품종에 적용 가능하며, 나무를 작게 자라도록 하는 왜성대목을 활용하면 된다. 이 방식은 수관이 단순하고 폭이 좁아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고, 수고가 낮아 강풍 등 태풍 피해를 경감할 수 있다. 또한 저온·고온·일소 피해를 방지하는 시설 설치가 가능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탈리아가 2005년부터 상업 과원에 평면 수형을 도입했으며, 뉴질랜드·미국·호주 등에서도 현장 실증과 초기 보급이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완전 기계화보다 부분 기계화를 우선 적용하고, 농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별 구매 외 공동 이용·임대·작업 대행 등 현실적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평면 수형 전환과 재배 기반 확산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스마트사과원특화단지 조성 사업과 연계·협업하고, 지역 여건에 맞는 장비와 재배기술을 신기술보급사업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