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의 국내 복귀, 이른바 '유턴' 정책을 대폭 손질한다. 앞으로는 해외 사업장과 국내 사업장에서 만드는 제품이 꼭 같지 않아도 유턴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대규모 투자나 첨단 분야 투자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의해 보조금 규모를 정하는 방식이 도입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2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복귀(유턴) 재정립 및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공급망 재편 등 대외 여건 변화에 대응해, 단순한 공장 이전을 넘어 지방 투자를 활성화하고 첨단 전략 분야의 국내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유턴 정책은 해외에서 경영 여건이 나빠진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유턴' 개념이 협소하게 규정돼 해외 사업장을 청산·양도·축소하고, 해외에서 만들던 제품과 같은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해야만 유턴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형식적 요건보다 첨단 전략 분야의 생산 역량 확보에 중점을 두고 투자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투자 환경 변화에 맞춰 유턴 인정 범위를 재설계하기로 했다. 우선 해외 사업장과 국내 복귀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서비스가 같거나 유사해야 한다는 '동일성 요건'을 완화한다. 앞으로는 기존의 소재·부품,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기능·용도, 핵심기술, 공급망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사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신산업에 진출하거나 사업 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또 해외 사업장 구조조정 요건에 대한 면제 범위도 넓힌다. 기존에는 첨단산업·공급망 관련 특정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확인서를 보유하고 국내 복귀 사업장에서 생산·활용하는 경우에만 면제해줬지만, 앞으로는 첨단산업·공급망 분야에 해당하면서 핵심 생산시설(마더팩토리) 투자로 인정되는 경우에도 면제해준다. 이를 통해 형식적 요건을 넘어 첨단 제조·혁신 역량의 국내 확보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유턴 보조금 지원 체계도 전면 개편된다. 기존에는 기준표에 따라 보조 비율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방식이어서 지방 중심의 우수한 유턴 기업 유치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지방 투자 확대와 첨단 전략 분야 유턴 촉진을 위해 '협상' 방식으로 보조금 지원 체계를 바꾼다. 협상 방식은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현금 지원 정책을 참고한 것으로, 경제 효과가 큰 첨단산업·공급망 등 전략 분야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정부와 기업 간 협의를 거쳐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원 규모는 비수도권 투자(지역균형발전도 등), 청년 중심의 고용 창출, 첨단 전략 기술, 마더팩토리 해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 산정한다. 지방 투자와 첨단 전략 기술 도입을 적극 유도하기 위해 기존의 정액 한도 방식 대신 보조 비율 상한 중심으로 기준을 개편한다. 일반 업종과 소규모 투자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기본 보조 비율을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수준에 맞춰 합리적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실제 국내 복귀 투자가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아 지정이 취소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유턴 기업 선정 단계에서부터 국내 투자 계획의 구체성, 투자 이행 역량 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부실 기업의 유입을 방지하고 투자 이행률을 높이기로 했다. 유턴 기업 선정 평가와 보조금 심의 절차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내복귀실무위원회(위원장: 산업부 고위공무원)를 신설하고, 협상 방식의 보조금 지원 체계를 뒷받침할 세부 절차도 마련할 계획이다.
보조금을 지원받은 유턴 기업의 투자 이행 여부를 더 면밀히 관리·점검하기 위해 이행 기간을 현행 3년에서 지원 규모에 따라 확대한다. 동시에 제조 현장의 자동화 추세와 산업 구조 변화를 반영해 이행 요건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기존 사업장의 고용·면적 유지 현황은 지속 관리하되, 이를 보조금 정산 기준에 기계적으로 연동하던 방식은 개선한다. 투자 이행 과정에서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한 기업에 대해서는 사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첨단산업, 제조 AI(M.AX), 공급망 분야를 중심으로 핵심 역량을 보유한 잠재 유턴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유치할 계획이다. 코트라 해외 무역관을 통해 관심 기업을 지속 발굴하는 한편, 유턴 기업 대상 '지방정부 IR 플랫폼'을 구축해 지방정부의 투자 유치 활동도 적극 지원한다. 또한 프로젝트별 전담 매니저(PM)를 지정해 투자 검토부터 이행까지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고, 관계부처, 지방정부, 업계 등이 참여하는 '유턴투자지원단'을 구성해 유턴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신속히 해소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유턴은 단순한 공장 이전을 넘어, 기술 개발과 생산, 공급망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되고 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유턴의 개념을 재정립하고 지원 방식도 과감하게 개편·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선방안을 신속히 이행해 지방 중심의 유턴을 촉진하고, 양질의 유턴 기업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