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범 1년을 맞아 AI로봇 분야의 산·학·연 협력체가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미래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5월 29일 서울 강서구 로보티즈 본사에서 '제2회 M.AX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M.AX는 '제조AI 대전환'을 뜻하는 약자로, AI로봇이 제조업 현장의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로 자리잡도록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힘을 모으는 연합체다.
AI로봇 분과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내 로봇 생태계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출범했다. 현재 로봇 완제품 기업뿐 아니라 AI기업, 부품기업, 수요기업까지 총 280여개 기관이 참여해 로봇 AI모델 개발, 핵심 부품 국산화, 현장 실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중이다.
정부도 이에 발맞춰 올해 로봇 관련 연구개발(R&D)에 1800억원, 현장 실증에 760억원 등 총 25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AI로봇의 개발과 상용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AI로봇 얼라이언스가 짧은 기간 동안 이뤄낸 가시적 성과들이 집중 소개됐다.
우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AI로봇 사례가 주목받았다. 디든로보틱스와 HD현대삼호는 공동으로 AI 기반 4족 용접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좁고 비좁은 조선소에서 선박 곡블록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용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고속 스위칭 자석을 이용해 수직 벽면이나 천장에서도 안정적으로 보행할 수 있으며, 비전 AI로 실시간 경로를 계획하고 용접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2월부터 실증을 진행 중이며 내년 산업 현장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현장에서도 AI로봇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창녕축산물공판장은 로보스와 협력해 소 도축 공정에서 비전AI 기반 오염물 인식 및 정밀 세척 로봇을 도입, 세정수 사용량을 40% 절감했다. 성남시청은 뉴빌리티, 분당경찰서와 함께 공원·광장 등 치안 취약 지역에 자율주행 순찰로봇을 운영해 112 신고 건수가 17%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착수한 '산업공정 특화 휴머노이드 6종 개발 프로젝트' 중 일부는 이미 현장 실증 단계에 들어갔다. 홀리데이로보틱스는 SK에너지와 협력해 유독가스 배출 환경에서 유압 밸브를 조작하는 휴머노이드를 개발 중이며, 2028년 현장 투입을 목표로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실증을 마쳤다. 에이로봇은 HD현대중공업과 함께 화재 감시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7년 투입을 목표로 지난해 12월부터 실증을 진행 중이다. 로보티즈는 BGF로지스와 협력해 물류센터에서 상품 재분류와 다품종 소량 상품을 배송 상자에 담는 작업을 학습 중이다.
AI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국산화에서도 괄목할 성과가 나왔다. 투모로로보틱스는 산업 현장 작업에 특화된 VLA 기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하빌리스-α)을 지난 3월 개발했다. 이 모델은 박스에서 물건을 옮기는 물류 작업 테스트에서 시간당 124회를 완수해 엔비디아, 피지컬인텔리전스 등 글로벌 기업에 버금가는 성능을 입증했다. VLA 모델은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이미지 등 비전 데이터를 학습해 물리적 행동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리얼월드는 5지 로봇 손을 활용해 정교한 조작에 특화된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LDX-1)을 지난 5월 공개했다. 이 모델은 접촉 시 발생하는 토크와 촉각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학습해 인간 수준의 정밀 작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리얼월드는 롯데호텔&리조트와 협력해 냅킨 접기, 식기류 닦기 등 정밀도가 요구되는 작업에 특화된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며, 지난 4월부터 실제 호텔 작업자의 노하우를 수집해 학습하고 있다.
홀리데이로보틱스와 서울대학교는 가상공간에서 로봇을 학습할 수 있는 국산 시뮬레이터(홀리데이 심)를 개발했다. 로봇 AI 모델 학습에는 대규모 동작 데이터가 필수지만 현실 데이터 수집은 비용과 시간의 한계가 있다. 이 시뮬레이터는 사물·환경의 특성과 상호 작용을 정교하게 구현해 제조 환경에 적합한 AI 학습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뮬레이터는 7월부터 얼라이언스 내 로봇기업에 시범 공개될 예정이다.
핵심 부품 국산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 원가의 50~7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KAIST 박해원 교수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액추에이터를 기반으로 시속 13km 주행, 30cm 이상 단차 및 계단 극복이 가능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동성을 가진 휴머노이드 하체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는 테슬라 옵티머스(시속 13km), 유니트리 H1(시속 12km)과 비슷한 성능이다. 연구팀은 KAIST 황보제민 교수(상체 설계), 명현 교수(경로 계획), MIT(손 설계), 레인보우로보틱스(성능 검증) 등과 협력해 상체를 포함한 완전체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에이딘로보틱스는 사람 수준의 촉감과 조작 능력을 가진 로봇 손을 개발했다. 이 로봇 손은 감각 센서를 탑재해 정밀한 힘 조절이 가능하고, 손바닥 전체에 촉각 센서를 장착해 접촉 위치 파악과 미끄러움 감지가 뛰어나다. 앞으로 레인보우로보틱스, CJ대한통운과 함께 물류 특화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실외이동로봇에 대한 운행안전인증 심사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심사항목도 16개에서 8개로 통·폐합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의 산업 현장 실증도 지원하고 있다. 향후 지정될 로봇 메가특구에서는 로봇 AI 모델 학습을 위한 영상 원본데이터 활용 허용, 실외이동로봇 옥외광고 허용, 소방로봇의 도로 운행 특례 등이 제공될 계획이다.
우수 기술력을 가진 로봇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M.AX 전용 펀드(산업성장펀드)를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휴머노이드 분야에 일정 비중 이상을 의무 투자할 방침이다.
이날 컨퍼런스 참석자들은 AI로봇이 미래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아이템인 만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개발과 실증 외에도 AI로봇에 필수적인 대규모 학습 데이터 생산과 초기 로봇 수요 창출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산업부는 향후 정책 수립과 예산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