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 이랜드 물류센터 전소…겨울철 산업시설 리스크 재조명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 사흘 만에 완전히 진화되면서, 이제 관심은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보험 보상 절차와 산업시설 리스크로 쏠리고 있다. 지난 15일 새벽 6시 8분 시작된 불은 60시간 넘게 이어진 끝에 17일 오후 6시 11분쯤 완진됐으며, 연면적 19만3210㎡(축구장 27개 규모)에 달하는 건물과 약 1100만점의 재고가 다 타버렸다.
이번 사고는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성수기를 앞둔 아시아 최대 패션 물류 거점에서 발생한 만큼, 이랜드그룹 실적은 물론 국내 유통·배송망 전반에 적잖은 여파가 예상된다.
이랜드 패션 물류센터는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한화손해보험이 간사(리딩)로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흥국화재 등이 공동 인수한 구조이다. 재산종합보험 가입금액은 재고자산 약 1870억원, 건물 약 1948억원 수준이며, 보험사별 담보 비율은 재고자산의 경우 한화손보 65%, 현대해상·흥국화재·KB손보 각 10%, DB손보 5%이며, 건물은 한화손보 60%, 나머지 4개사가 각 10%를 나눠 갖는 구조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대형 화재는 손해액 산정과 과실 비율 정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소방·경찰의 원인 조사도 완료되지 않아, 보험금 규모나 일정 언급 자체가 이른 단계”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심은 ‘보험사들이 얼마를 부담하게 될지’에 모인다. 이번 계약은 초과손해액(XL·Excess of Loss) 재보험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손실은 재보험이 떠안고, 원수사 부담액에는 상한(캡)이 설정되어 있다.
그는 “이번 이랜드 물류센터의 재보험 구조가 원수사 자본건전성을 흔들 정도의 재난급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손해율이 악화된 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상반기·연간 실적 변동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겨울철 산업시설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보여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재물보험사 FM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겨울철 화재는 연평균 약 1만1000건으로 전체의 28%를 차지하며, 공장·물류센터 화재 원인의 절반 이상이 전기·기계적 요인이다.
겨울철에는 난방기 가동 증가로 인한 전기 과부하, 건조 환경에서 발생하는 정전기, 먼지·섬유 분진 축적 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물류센터는 층간 구획이 적은 ‘오픈 플로어’ 구조여서 화재 확산 속도가 빠르고, 고열 노출 시 구조물 붕괴 위험이 높다. 이번 화재에서도 일부 구조물이 붕괴해 내부 진입과 잔불 정리가 크게 지연됐다.
최종호 FM 아시아 태평양 필드 엔지니어링 그룹 매니저는 “이번 화재는 단순한 시설 손괴를 넘어 공급망과 소비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리스크”라며 “기업은 사후 보상보다 사전 리스크 엔지니어링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한편으로 보험·재보험 시스템이 대형 사고에 대해 완충 역할을 수행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 건의 화재가 기업 실적과 물류망 전반을 흔들 만큼 산업시설의 취약성이 여전히 크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이랜드는 대체 물류센터 확보, 재고 재구성, 배송 지연과 주문 취소에 따른 매출 하락 등 직접·간접 손실을 모두 감당해야 한다. 보험금 지급이 손실을 얼마나 보전할지는 향후 수개월간의 손해사정과 협의 과정에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이후의 보상체계를 고도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데이터 기반 위험 분석, 설비 취약 지점 보완, 비상 대응 시나리오 마련 등 ‘예방 중심 체계’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