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보이스피싱 종합대책 이후 7개월 연속으로 범죄 발생 건수와 피해액이 함께 줄어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범죄 수법이 SNS나 메신저 기반의 신종 스캠으로 진화함에 따라 정부는 추가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5월 27일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TF 회의를 열고 그간의 성과와 보완 사항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금융위원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대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28일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출범, 범죄 이용 전화번호 긴급 차단, 보이스피싱 정보 공유 AI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발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5.3% 감소한 9,353건, 피해액은 35.3% 줄어든 4,936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발생 건수가 579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64.5% 감소했고, 4월에도 1,317건으로 44.9% 줄었다. 피해액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감소해 2월 362억 원, 4월 523억 원을 기록했다.
악성 문자·전화 차단 성과
정부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범죄조직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불법스팸 대응 정책과 민관협업을 통해 최근 5년 내 최저 수준으로 문자 스팸을 감축했다. 1인당 월평균 스팸 문자 수신량은 지난해 하반기 7.32통에서 올해 하반기 2.74통으로 62.6% 줄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삼성 단말기와 통신 3사의 전화 앱에서 통화 내용을 실시간 분석해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탐지하는 기능을 기본 제공하도록 했다. 구글 안드로이드폰에는 강화된 보안 프로그램 EFP를 적용해 악성 앱 설치를 실시간 차단하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피싱 전화번호 긴급차단 제도를 도입해 의심 전화번호를 10분 이내에 차단하고 있다. 신고는 1394 통합대응단, 112 신고, 삼성 스마트폰 간편 제보 등을 통해 접수하며, 올해 4월까지 총 65,638개 회선을 긴급 차단해 추가 피해를 예방했다.
발신번호 변작과 대포폰 차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외 발신번호를 국내 번호로 둔갑시키는 수법을 차단하기 위해 발신번호 변작기의 제조·수입·배포·판매·대여 행위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지난 5월 19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대포폰이 쉽게 개통·유통되지 않도록 휴대전화 부정개통 관련 통신사업자의 대리점·판매점 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의무 위반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법령이 오는 10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AI 기반 탐지로 사전 차단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보이스피싱 예방과 탐지에 실제 보이스피싱 용의자의 목소리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실증 특례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 3사는 AI가 통화를 실시간 분석해 보이스피싱 여부를 탐지·경고하는 기능을 상용화했다. KT 후후앱은 지난해 7월, LG유플러스 익시오앱은 지난해 12월, SKT 에이닷앱은 올해 3월부터 이 기능을 제공하며 탐지 정확도는 97% 이상이다.
자금 편취 단계 차단
금융위원회는 금융사의 탐지 역량을 강화하고, 지난해 10월 가동한 보이스피싱 정보공유 AI 플랫폼을 통해 5개월간 26만 6천여 건의 정보를 공유했다. 이를 통해 약 419억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그동안 범죄 사각지대로 여겨졌던 가상자산 계정 활용 범죄에 대해서는 통신피해환급법 개정을 통해 오는 10월부터 범죄 이용 계정 차단 조치가 가능해진다.
수사·검거 성과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피싱범죄 특별단속을 통해 올해 4월까지 피의자 2만 6,406명을 검거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한 수치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스캠 범죄 510건에 대해 407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해외 공조도 강화해 캄보디아 국외도피사범 137명을 2차례에 걸쳐 전세기로 송환했으며, 인근 국가에서도 스캠 조직원 288명을 검거해 151명을 송환했다.
법무부는 피해액이 5억 원 미만이더라도 다수 사기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 가능하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보이스피싱 등 특정사기범죄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회복이 어려운 경우 국가가 필요적으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환부하도록 하는 부패재산몰수법도 개정했다.
대검찰청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부를 중심으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246명을 입건하고 이 중 132명을 구속했다. 구속 비율은 53.6%로 종합대책 이전 35.9%에서 크게 높아졌다.
종합대책 보완 사항
각 부처는 기존 대책을 보완해 보이스피싱 예방과 대응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실형을 받은 자의 전자금융거래를 계좌 개설과 인터넷뱅킹 등에서 일정 기간 제한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금융감독원 간 정보공유 근거를 마련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외국인의 휴대전화 부정개통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외국인등록증의 사진 정보 진위 여부까지 확인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범죄 목적 유령법인에 대한 법인 해산을 활성화해 법인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이용되지 않도록 한다. 대검찰청은 서울동부지검에 범죄수익환수 전담 부서를 신설해 수사-범죄수익환수-피해재산환부로 이어지는 논스톱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지난 3월 8개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피싱 예방·홍보 협의체를 구성해 최신 범행 수법을 전파하고 기관별 홍보 채널을 활용한 홍보 활동을 지원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유출된 개인정보를 구매·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신설할 계획이다.
신종 스캠범죄 대응
정부는 기존 보이스피싱 대응으로 인해 범죄 단체가 SNS나 메신저를 활용한 신종 수법으로 다변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투자리딩방, 로맨스스캠, 노쇼사기 등이 대표적이다.
경찰청은 신종 스캠범죄에 대한 포괄적 대응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다중피해사기 방지법이 신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입법 과정에 협조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와 각각 업무협약을 맺어 최신 피싱 범죄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범행 이용 계정을 차단했다. 앞으로 더 많은 플랫폼 사업자와 업무협약을 맺어 범죄 예방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공공 조달 계약 정보를 악용한 노쇼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조달청과 지난 3월 업무협약을 체결해 나라장터 전자계약 과정에서 사기 피해 예방 정보를 숙지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5월에는 농협 공개입찰 시스템을 개선해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가 계약 체결 시 사기 예방 내용을 필수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신종 스캠범죄에 대해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수준으로 의심 거래 탐지와 계좌 거래 정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금융회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의심 거래에 대해 신속히 임시 조치를 취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신종 스캠범죄로 확인될 경우 특정금융정보법상 강화된 고객 확인 대상으로 분류해 계좌를 정지할 수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계좌 정지 과정을 검토해 범죄 이용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거나 거래 정지 필요성이 낮은 계좌는 거래 정지를 해제할 계획이다. 경찰청도 정지된 계좌 명의인이 이의신청을 하는 경우 면밀히 검토해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신속히 거래 정지를 해제할 방침이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그간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관계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한 덕분에 줄지 않을 것 같았던 보이스피싱도 감소할 수 있었다"며 "기존 대책의 보완점과 신종 스캠범죄에 대한 대책들이 현장에서 속도감 있고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각 부처가 더욱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