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두가 안전하게 살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시대가 열렸다. 행정안전부는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생명안전기본법」 공포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 법은 세월호 참사 이후 12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으로,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정 요구가 이어져 왔다.
「생명안전기본법」의 가장 큰 특징은 국민의 ‘안전권’을 기본권으로 명문화했다는 점이다. 법률은 모든 국민이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 권리는 대한민국 영토 내에 있는 외국인에게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고 적용된다.
피해자의 권리도 구체화했다. 과거 사회적 참사 때 개별 특별법을 통해 보장받던 세부 권리들을 이 법에 통합했다. 피해자는 사고 예방부터 복구까지 전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사고 원인 조사와 그 과정에 참여를 요구할 권리 등을 갖는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은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하기 위한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해 국가 주요 안전 정책을 논의하는 대통령 소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도 설치된다. 위원회는 산업재해, 자살, 자연재난, 교통사고, 어린이 안전사고 등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생명안전 관련 대책을 총괄한다. 또한 5년마다 국가 차원의 ‘생명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안전 관련 재정과 인력 확보를 국가 의무로 규정했다.
앞으로 정부가 법령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그리고 각종 계획이나 사업을 시행할 때는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평가해야 한다. 이른바 ‘안전영향 분석·평가’ 제도다. 각 기관은 안전사고 유발 가능성과 안전 확보의 실효성 등을 의무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다만 기존의 재해영향평가나 환경영향평가 등과 중복되지 않도록 평가 대상, 방법, 시기 등은 하위법령을 통해 세부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대형 재난 발생 시 독립적인 상설 조사기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도 반영됐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가 신설된다. 이 위원회는 안전사고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의 적정성을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조사한다. 위원장 1명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되며, 위원 중 3명 이내의 상임위원을 둘 수 있다.
피해자 지원 원칙도 명확히 했다. 정부는 안전사고 피해자의 신체·정신·경제적 회복을 위한 지원계획을 세우고, 기업 등도 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피해자와 피해지역에 대한 기억과 추모,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지원 기반도 구축된다.
정부는 이 법이 공포된 이후 6개월 뒤 시행되는 일정에 맞춰 하위 법령을 마련하고, 대통령 소속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출범을 완료하는 등 법률 시행을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 법 제정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단순한 선언에 머물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법적 권리로 명확히 규정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아픔과 간절한 염원이 모여 만들어진 법이 그 취지에 맞게 우리 사회에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법률의 주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안전’은 안전사고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위험이 없는 상태로 정의했다. ‘안전사고’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각종 사고를 포함한다. ‘피해자’는 안전사고로 신체·정신·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하되, 목격자는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경우로 한정했다. ‘안전약자’는 장애인, 노인, 어린이, 임산부, 노숙인, 다문화가족 등 안전사고에 취약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피해자의 세부 권리로는 차별받지 않고 혐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사망자의 시신과 유품을 인도적으로 인계받을 권리, 생활·의료·심리치료·법률 지원을 받을 권리, 안전사고 조사 요구 및 조사 과정 참여 요구 권리 등 13개 항목이 명시됐다.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인명·재산 피해 정도가 크거나 사회적·경제적 영향이 광범위한 안전사고. 둘째, 국회 소관 상임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조사를 요구하는 안전사고(상임위 의결 필요). 셋째, 위원회 의결을 거쳐 조사 대상으로 정하는 안전사고다. 다만 개별 법령에 따른 조사기구에서 이미 조사 중인 사고는 제외된다.
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며, 생명안전종합계획 수립, 안전영향 분석·평가, 국가안전사고조사위원회 등 일부 조문은 1년 후 시행된다. 독립조사기구의 조사 대상 중 일부는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안전사고부터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