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권역별 모자의료 네트워크를 연내 전국으로 확대하고, 응급 이송체계를 대폭 개선한다. 보건복지부는 5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위험 임산부·신생아 및 응급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최근 35세 이상 고령 산모와 조산아 등 고위험 분만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의료사고 부담과 필수의료 기피로 인해 전문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분만병원 간 연계와 이송 체계가 미비해 응급 상황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미수용'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왔다. 이에 정부는 기존 의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단기 대책과 중장기 로드맵을 함께 제시했다.
우선 전국적인 모자의료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현재 9개 권역에서 12개 협력체계가 운영 중인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을 올해 안에 전국으로 확대한다. 특히 협력체계가 없었던 충청권, 전북권, 제주권에도 새롭게 네트워크를 구축해, 권역 내 상급 병원과 분만병원 간 협력을 통해 응급 환자를 최대한 지역 내에서 수용할 수 있게 한다.
고위험 임산부와 신생아의 이송·전원 체계도 고도화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모자의료센터의 전원전담팀 인력을 기존 5명에서 15명으로 3배 늘려 여러 건의 의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오는 6월에는 '모자의료 정보시스템'을 개통해, 여러 병원에 동시에 전원을 요청할 수 있어 병원 선정 시간이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이송 체계도 강화한다. 119구급차가 출동하면 임산부가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우선 이송하되, 해당 병원에서 진료가 어려운 경우 권역 모자의료센터 등 네트워크 내 협력체계를 가동한다. 권역 내에서 해결이 안 될 경우 중앙모자의료센터 전원전담팀과 중앙119구급상황센터가 협력해 신속히 병원을 선정한다. 장거리 이송이 필요한 경우 닥터헬기, 소방헬기, 군헬기 등 정부 보유 헬기를 공동 활용한다.
당장 부족한 전문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동네 분만병원 전문의가 권역 모자의료센터에서 당직이나 파트타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인력 기준을 완화해 야간·휴일 공백을 최소화한다. 또한 모자의료센터에 대해 임신 주수, 미숙아 상태, 비수도권 여부 등에 따라 건강보험 지원을 추가로 확대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모자의료센터 체계를 재편하고 5극 중심의 중증센터를 확충한다. 현재 중증 모자의료센터는 서울에만 2곳이 있어 전국 대응에 한계가 있었으나,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에도 각 1곳씩 추가 지정해 총 6개소로 단계적 확대한다. 각 센터의 역할과 의무를 명확히 하고 진료 역량과 실적을 평가해 센터를 상향·하향 조정하는 재지정 제도를 도입한다.
비수도권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비수도권 소재 권역센터부터 성과 기반 사후 보상을 도입하고, 은퇴 의사(시니어 의사)를 채용하면 인건비를 국가가 지원한다. 국립대병원 산과 등의 전임교원 증원도 추진한다.
의료진의 의료사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분만 등 필수의료 전문의를 대상으로 고액 배상 보험료를 지원해 최대 17억 원까지 배상책임을 보장하고, 오는 6월부터는 응급실과 신생아 중환자실 전문의까지 대상을 확대한다. 불가항력적 분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 보상을 강화해 최대 3억 원까지 지급하고, 산모 중증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도 최대 1억 5천만 원을 지원한다.
내년 5월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중대한 과실이 아닌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손해배상 완료 시 기소를 제한하고, 기소되더라도 형을 감면할 수 있다. 법 시행 전이라도 법무부 및 경찰청과 협력해 개선된 수사 절차를 현장에 신속히 적용할 예정이다.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전라 지역에서 효과를 검증한 '이송체계 혁신 모델'을 올해 3분기 안에 전국으로 확대한다. 이 모델은 지역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 수용 원칙을 합의하고, 응급실 포화나 저빈도·고난도 질환으로 지역 내 치료가 어려운 경우 광역상황실이 즉시 지원하는 방식이다. 전국 확대를 위해 각 시·도는 지역 의료자원 분포와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이송지침을 정비하고, 보건복지부는 이를 점검해 광역상황실(전국 6개소)의 역할을 추가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현장의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묶고 의료진의 사법적 부담을 낮춰 국민과 의료진 모두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며 "전국의 임산부·신생아와 응급 환자들이 안전하게 이송되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