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새로운 리스크, 새로운 규제 ④] 다가오는 피지컬 AI 시대… 다음 관문은 ‘보험’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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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고 판단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보험산업에도 새로운 위험 관리 체계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WS 서밋 서울 2026(AWS Summit Seoul 2026)’에서 한국을 ‘피지컬 AI’ 시대의 글로벌 중심축으로 지목했다. 함기호 AWS코리아 대표는 “생성형 AI가 이제 업무를 스스로 판단하고 수행하는 에이전틱 AI를 넘어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는 피지컬 AI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AI 칩 설계부터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제조·물류·헬스케어·방산에 이르기까지 역동적인 피지컬 AI 생태계를 갖춘 나라”라고 말했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화면 안에서 답변하는 AI와 다르다. 로봇과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설비, 의료 로봇처럼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며 물리적 행동을 수행한다. 그만큼 사고의 결과도 데이터 오류나 서비스 장애 수준을 넘어 사람의 부상과 시설 파손, 산업재해 등 현실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글로벌 로봇 사업에서는 최근 “기술보다 보험이 더 중요한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해외 로봇 전문 매체 ‘식스 디그리스 오브 로보틱스(Six Degrees of Robotics)’는 지난해 로봇 산업의 다음 관문으로 규제가 아닌 보험을 지목했다. 로봇이 실제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되기 위해선 결국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지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어떤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피지컬 AI의 사고 책임 구조가 기존 산업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 과실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로봇은 사고 원인을 단순히 측정하기 어렵다. 설계 결함인지, 학습 데이터 오류인지, 운영자의 관리 문제인지, 예측하지 못한 AI 판단인지 경계가 불분명하다. 특히 피지컬 AI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사이버 공격이 곧 물리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피지컬 AI 시대, 일자리와 보안’ 포럼에서 발제자로 나섰던 노병규 연세대학교 바른ICT연구소 교수는 “AI가 취약점 탐색과 악성 코드 작성에서 로봇 등 피지컬 AI 환경으로 확장되면 보안 위협도 확장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 교수는 “기존 해킹은 연결을 끊고 격리하면 그만이었지만,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은 사람이 개입할 틈도 없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례로 들며 “여러 로봇이 동일한 암호키를 사용할 경우, 한 기기의 보안 취약점이 전체 제품군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로 표지판이나 주변 환경에 조작된 문구가 삽입되면 자율주행차나 배달 로봇이 이를 잘못된 명령으로 인식해 예기치 않은 행동을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잔디깎기 로봇에서 위치정보와 카메라 영상이 노출될 수 있는 취약점이 발견된 사례도 언급했다. 기존 AI 해킹이 정보 유출이나 서비스 장애에 그쳤다면, 피지컬 AI 해킹은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시설을 파손하는 현실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가 이 흐름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지컬 AI는 단순한 정보통신기술(ICT) 상품이 아니라 제조물 책임보험, 산업재해보험, 사이버보험, 상업용 배상책임보험이 동시에 얽힌 복합 리스크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보험사들은 로봇 전용 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 보험 체계로는 자율적이고 학습하는 물리 시스템의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독일 재보험사인 뮌헨리(Munich Re)는 로봇 보험 상품 개발에 나섰고, 중국 타이바오손해보험은 지난해 말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보험은 생산·판매·임대·운영 전 과정을 보장하고, 로봇 본체 손상뿐 아니라 제3자 피해와 네트워크 보안 사고까지 담보하는 형태다. 일부 상품은 일별·주별 단기 가입 구조도 도입했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시작됐다. 현대해상은 기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로봇 특화 보험과 금융 연계 모델 개발에 나섰다. 로봇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이버 위험과 개인정보·네트워크 보안 사고 등에 대한 책임 구조를 보험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피지컬 AI 시대에는 보험이 단순한 사후 보상 수단이 아니라 기술 상용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신뢰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 가입이 가능해야 기업도 로봇을 도입하고, 투자자도 시장 확대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새로운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 AI기본법은 생성형 AI 중심의 투명성·윤리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해킹된 로봇이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 제조사와 운영자의 책임 분담이나 보안 설계 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에 노병규 교수는 ‘피지컬 AI 안전보안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로봇 보안 인증 체계와 취약점 공개 의무, 원격 데이터 전송 기준, 제조사와 운영자의 책임 구조를 별도 법체계로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연구원 역시 AI와 로봇 기술 발전이 보험산업의 새로운 성장 영역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보험연구원 기자간담회에서 김헌수 보험연구원장은 “새로운 위험은 무궁무진하게 발생한다”며 “피지컬 AI가 요양·산업 현장에 들어갈 때 발생하는 새로운 리스크 역시 결국 보험을 통해 관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피지컬 AI 시대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누가 위험을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를 던지고 있다. 결국 로봇 산업의 확산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기술력만이 아니라, 그 위험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산하고 제도화할 것인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옥진 기자 대한민국 보험과 은행, 금융을 읽는 [한국보험신문]

출처: 한국보험신문 ✓ 협약 승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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