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 심장 치료 신기술, 건강보험 ‘관리체계’로 편입… 관리 기준도 강화
심장 치료 분야의 신의료기술이 잇따라 건강보험 체계에 편입되면서 건강보험의 급여·비용 관리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단순 급여 확대가 아니라, 신기술을 어떤 환자에게 어떤 기준과 비용 부담 아래 적용할지 관리 체계를 세분화하는 데 있다.
대표 사례는 심방세동 치료에 활용되는 ‘펄스장절제술(Pulsed Field Ablation, PFA)’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7일 ‘건강보험 행위 급여·비급여 목록표 및 급여 상대가치점수’를 개정해 심방세동 펄스장절제술을 별도 항목으로 신설했으며, 5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해당 시술은 신의료기술 평가와 결정신청 절차를 거쳐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PFA는 기존 고주파절제술이나 냉각절제술과 달리 고전압 전기장을 이용해 심근세포를 선택적으로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심장 주변 식도나 신경 등 인접 조직 손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부정맥 치료기술로 평가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펄스장절제술 기본 항목 외에도 중격천자 시행, 하대정맥·삼첨판륜 협부 선형절제술 추가 시행 등에 대한 별도 산정 항목도 마련했다.
■ 선별급여 확대… “관리형 보장” 강화
경피적 승모판막 재치환술(TMVR) 역시 지난 3월 1일부터 선별급여 80% 대상으로 편입됐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해당 시술과 관련 치료재료는 신의료기술 평가를 거쳐 선별급여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환자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더라도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기술 사용을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현재 건강보험은 신의료기술에 대해 급여·비급여·선별급여 여부를 심사해 결정하고 있다. 특히 비용 효과성이나 재정 영향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한 기술은 선별급여 방식으로 편입해 일정 수준의 본인부담을 유지한 채 관리한다.
적용 기준도 질병명 중심에서 환자 상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은 증상이 있는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되, 수술 위험도와 연령, 수술 가능 여부, 심장통합진료 결과 등이 급여 판단에 반영된다.
심평원 기준에 따르면 심장통합진료에는 순환기내과·심장혈관흉부외과·마취통증의학과·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참여해야 하며, 전문의 전원 동의가 시술 여부 판단의 핵심 절차로 규정돼 있다.
■ 환자 선별·의료기관 기준까지 보험 관리
고가 심장 시술에서는 치료 결정 과정 자체도 보험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TAVI의 경우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등 여러 전문의가 참여하는 다학제 통합진료를 거쳐야 하며, 의료계에서는 이 과정에 대한 별도 보상과 수가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난도 심장 시술은 단순히 시술 행위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선별, 다학제 판단, 응급 대응 체계까지 포함된다”며 “보험 수가 역시 이러한 구조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용 구조 역시 단순하지 않다. 선별급여가 적용되더라도 본인부담률은 50~80%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적용 대상과 시술 횟수에도 제한이 따를 수 있어 모든 환자의 부담이 동일하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신기술의 보험 적용은 비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환자·건강보험·의료기관 간 부담 구조를 재배분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 “치료비 보장” 넘어 제도 설계 경쟁
신의료기술 도입 속도와 보험 적용 사이의 시간 차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이 심평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의료기술의 건강보험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평균 심사 기간은 약 300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부 기술은 3000일 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사례도 지적됐다.
보험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고령화와 함께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심방세동, 대동맥판막협착증, 승모판막 질환 등은 고령 환자에서 빈도가 높고 치료비 부담도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건강보험의 역할은 단순히 치료비를 얼마나 보장하느냐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기술을 어떤 환자에게 허용할지, 비용은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의료기관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까지 정하는 방향으로 보험 관리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