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금융그룹,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348조 투입

4대 금융그룹,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348조 투입
4대 금융그룹이 ‘생산적 금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동산 중심의 관행적 금융에서 벗어나 첨단산업 발전과 지역 균형성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은 2030년까지 총 348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기로 하고,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대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 및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와 보폭을 맞추는 한편, 금융의 본질인 실물경제 뒷받침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취지가 일회성 지원이 아닌 만큼, 외부 환경에 따른 추진 경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각 그룹만의 전략을 공고히 하는 것이 향후 대내외 영향력 제고에도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KB금융, 첨단산업·지역균형 성장에 93조원
KB금융그룹은 업계 최상위 수준의 자본력과 조달 역량을 기반으로 생산적 금융에 2030년까지 93조원을 공급한다. 투자금융과 전략산업융자를 양축으로 첨단전략산업 육성과 지역균형 발전에 집중하며,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통해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KB금융은 지난 9월 출범한 ‘KB금융그룹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중심으로 세부 추진안을 준비해 왔다. 지난 9일 발표한 계획안에 따르면 생산적 금융 93조원은 ▲투자금융 25조원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 68조원으로 나뉜다. 투자금융 부문은 국민성장펀드 10조원, 그룹 자체투자 15조원으로 구성되며, 전략산업융자는 5년간 68조원을 첨단전략산업 및 유망성장기업에 공급한다. 추가로 15조원 규모의 그룹 자체투자를 통해 생산적 금융(자산운용·증권·인베스트) 펀드 결성, 증권의 모험자본 공급, 계열사 인프라·벤처투자 등을 공급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5극 3특 전략’에 부합하는 지역 성장 프로젝트 발굴을 적극 추진한다. 5극 3특 전략이란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자 전국을 5대 초광역권(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과 3대 특별자치도(제주, 강원, 전북)로 재편해 국가 균형발전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국가 성장 전략이다. KB금융은 권역별 핵심 산업과 연계되는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인공지능(AI)센터, 물류·항만 등 지역 맞춤형 전략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복합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그룹의 운영체계도 개선했다. 지난 9월 금융권 최초로 신설한 ‘생산적금융 협의회’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해 경영진 21명이 참여해 세부 실행방안을 논의하고 주기적으로 실적을 점검해 나간다.
계열사별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생산적 금융 중심의 기업대출 확대 및 기업발굴·성장지원 등을 수행하는 전담조직 신설을 검토 중이며, 지난달에는 첨단전략산업 전담 심사부서(첨단전략산업심사UNIT)도 신설했다.
이 밖에도 KB금융은 기업여신 정책 및 영업방식 등을 국가 산업육성 관점에서 대출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며, 계열사의 부동산금융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기업·인프라금융 영업조직은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검토 중이다.
KB금융은 이번 생산적 금융 추진을 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메가딜(Mega Deal)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비즈니스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가 주관한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 소통회의’에서는 총규모 3조3000억원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금융주선(산업은행과 공동 주선) 내용을 실행계획으로 발표한 바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이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선도하는 본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주도 생산적 금융지원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 최대 98조원… 신산업에 대규모 자금 조달
신한금융그룹은 생산적 금융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온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에 93~98조원을 단계적으로 공급한다.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기반과 신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지역 균형 성장도 주축으로 삼는다.
신한금융은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생산적 금융은 2030년까지 93~98조원을 단계적으로 공급하되, 향후 경제상황·산업구조 변화 등을 고려해 그룹 자체 금융지원 규모는 탄력적으로 운용된다.
국민성장펀드에는 10조원을 출연한다.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주요 그룹사가 AI·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을 비롯해 기후·에너지·인프라·K-붐업 산업(콘텐츠·식품 등)을 집중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그룹 자체적으로 10~15조원의 투자자금을 조성해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 영역을 포함한 추가 투자를 병행한다. 이를 통해 국민성장펀드를 뒷받침하고, 코스닥 상장 및 상장 준비 기업(Pre-IPO 단계)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도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한은행 중심으로 조직된 ‘초혁신경제 성장지원 추진단’을 통해서는 부동산을 제외한 일반 중소·중견기업에 72~75조원 규모의 그룹 자체 대출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정부의 초혁신경제 15대 프로젝트를 포함해 폭넓게 지원함으로써 산업 자금의 균형적 순환을 촉진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반도체·에너지·지역 인프라 등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기반과 신산업 분야에 대한 대규모 파이낸싱(자금 조달)을 개시했다. 반도체 산업 클러스터의 교통·용수 인프라 등 첨단산업 기반시설에는 총 5조원의 금융을 주선하며,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5조원 규모의 CTX(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 사업도 병행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센터·신재생에너지 개발펀드 등 1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으며, 연말까지 인프라 개발펀드를 포함해 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다수 국내 기업과 업무협약 체결 및 공동 투자펀드 조성을 통해 배터리 에너지 저장시스템(BESS) 프로젝트의 개발을 시작하는 등 미래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선제적인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인프라 금융 협약’을 체결해 오·폐수 처리시설과 주거환경 개선 등 지역 인프라 개선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어젠다에 발맞춰 산업 혁신과 지역 균형발전을 촉진하는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선제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신한금융은 지난 9월 생산적 금융 추진을 위한 그룹 통합 관리조직인 ‘생산적 금융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은행·카드·증권·라이프·캐피탈·자산운용·저축은행 등 주요 자회사가 참여하는 통합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생산적 금융 PMO는 프로젝트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격월 단위로 열려 이행 수준을 점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신한금융의 생산적 금융 기저에는 ‘정교한 리스크 관리’가 있다. 신한금융은 세밀한 자본 관리를 통해 건전성과 성장의 균형을 유지하고, 산업과 민생 전반에 자금이 안정적으로 순환되도록 관리함으로써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의 본질적 역할(자금중개·위험분담·성장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이러한 계획을 이달 초 이사회에서도 보고·논의했으며, 이달 말까지 생산적 금융 전략과 목표를 반영한 내년도 자회사별 경영계획을 확정하고 12월에는 이를 그룹 최종 경영계획으로 통합해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또한 생산적 금융 추진 실적을 참여 그룹사의 핵심 전략과제로 포함시켜 경영진 평가에도 반영할 방침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는 부동산 중심의 금융구조를 혁신하고 금융의 본질을 강화해 산업 전환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실물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 선도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84조원 공급하는 하나금융… 미래전략산업 벤처펀드로 ‘첫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16일 발표한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에서 생산적 금융에 2030년까지 84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 중 10조원은 국민성장펀드에 지원한다. 은행, 증권, 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협력을 통한 직·간접투자 민간기금 출자를 비롯해 인프라·스케일업·인수금융 등 복합 투융자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기업 성장 단계별 맞춤형 투자 지원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2조원), 민간펀드 결성 기여(6조원), 첨단산업 투자(1조7000억원), 지역균형발전 투자(3000억원) 등 총 10조원의 그룹 자체 투자금도 별도 조성한다. 하나은행은 K-방산 펀드, 중소기업 연구개발(R&D) 펀드 등 첨단산업 성장 지원을 위한 자금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투자자금 조성을 도맡는다.
또한 AI·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성장산업대출’, ‘산업단지성장드림대출’ 등 특판 상품을 신설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유망성장기업 지원을 위해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출연을 확대해 50조원 규모 대출도 병행한다. 이 밖에 수출입 중소기업의 공급망 강화를 위한 14조원 규모 금융지원을 비롯해 환리스크 관리, 외국환 컨설팅 등 종합금융 서비스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프로젝트 일환으로 하나은행은 지난 5일 기존 수출입기업 상생 상품 ‘수출입 하나론’의 특판 한도에 5000억원을 추가한 특판 대출 ‘관세극복도 하나로’를 출시해 1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12일에는 하나금융이 ‘하나 모두 성장 K-미래전략산업 벤처 모펀드’ 추진 계획을 밝혔다. 그룹 관계사 6곳(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이 참여해 내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출자, 4년간 총 4000억원의 모펀드를 조성하고 매년 1조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해 4년간 총 4조원 이상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나벤처스가 모펀드 운용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조성된 모펀드는 정책출자기관이 선정한 벤처펀드와 매칭 출자해 국가 전략 첨단산업인 ‘ABCDEF(AI, Bio, Contents, Defense, Energy, Factory / 인공지능, 바이오·헬스케어, 콘텐츠·문화, 방위·항공우주, 에너지, 제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이번 펀드 결성은 생산적 금융에 대한 실행 약속을 가장 먼저 이행한 대표 사례”라고 강조하며 “이번에 조성한 펀드가 벤처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지속 가능한 성장 지원 및 미래성장동력을 키워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73조로 스타트… 회장 주도 ‘협의회’ 가동
우리금융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생산적 금융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 말 임종룡 회장이 직접 나선 ‘우리금융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CEO 합동 브리핑’에서는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73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총예산은 국민성장펀드 10조원을 비롯해 그룹 자체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으로 편성됐다. 그룹 자체투자 7조원은 그룹 공동투자펀드(1조원), 증권 중심 모험자본 투자(1조원), 자산운용 계열사의 생산적 금융 펀드(5조원) 등 3가지 방안으로 추진된다.
그룹 공동투자펀드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자회사가 조성한 금액을 우리자산운용 주도로 운용한다. 우리금융은 직간접 투융자, 민간 모펀드 조성, 자펀드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10대 첨단전략산업(AI, 바이오, 방산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융자 56조원은 K-Tech 프로그램(19조원), 지역소재 첨단전략산업 육성(16조원), 혁신 벤처기업 지원(11조원), 국가주력산업 수출기업 지원(7조원), 우량 중소기업 첨단인력 양성 및 소상공인 금융지원(3조원)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달 29일에는 ‘제1차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열고 프로젝트의 실행 동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협의회 역시 임 회장이 주재하고 9개 자회사 대표들이 참석해 자회사별 준비 및 진척 현황을 점검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본부 지원조직, 전담 영업조직, 전담 심사팀 등을 신설해 현장 실행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임 회장은 “프로젝트를 지속 가능하고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본 안정성과 건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자본비율 관리 및 자산 리밸런싱 ▲AI 기반 경영시스템 대전환 ▲전담 조직 신설 및 인력 확충 등의 철저한 이행을 당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 협의회는 시장에 약속한 ‘미래동반성장 프로젝트’ 추진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형식적인 외형 달성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의회를 정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