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우리나라 지식재산(IP) 정책의 청사진을 그리기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또한 세계적인 IP 허브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전문가 집단도 공식 출범시켰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는 지난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국가지식재산 전략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이광형 지재위 민간위원장과 박범계·김정재·최수진·차지호 국회의원, 그리고 세계IP허브국가추진특별전문위원회(세계IP허브국가추진위) 민간위원 및 정부위원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올해로 종료되는 '제3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2022~2026)'에 이어 새로 마련될 '제4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2027~2031)'의 정책방향을 공유하고, IP 허브국가 도약을 위한 추진 방향과 핵심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지난 3월 제40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세계IP허브국가추진위가 이날 공식 출범식을 가져 의미를 더했다.
회의는 4개의 주제 발표와 분야별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김혁준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제4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 정책방향(안)'에 대해 설명했다. 이 계획은 '참신한 생각과 지식재산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5대 추진전략과 20개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5대 전략은 ▲아이디어·창작의 창업·사업화 실현 ▲공정하고 강력한 IP 보호체계 구축 ▲선도기술 초격차 확보 ▲지역 균형성장 및 글로벌 협력 강화 ▲IP 분야 AI 대전환 등이다. 특히 AI 대전환 시대에 지식재산이 국가 혁신경제와 균형성장의 핵심 동력이 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두 번째 발표는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박성필 원장이 맡아 세계IP허브국가추진위의 핵심과제와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박 원장은 글로벌 S&P 기업의 무형자산 비중이 92%에 달하고, 글로벌 IP 금융시장 규모가 156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IP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은 GDP 대비 특허 출원 세계 1위, 콘텐츠 산업 수출액 140억 달러 달성 등 충분한 IP 역량을 갖췄음에도 IP 로열티 수지는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IP 수익화를 위한 인프라가 부재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IP를 가진 나라에서 IP를 움직이는 나라로'를 비전으로, 창작의 허브, 비즈니스의 허브, 분쟁해결의 허브 등 3대 축을 설정하고 12대 핵심과제와 3단계 이행안을 제시했다. 3단계는 ▲1단계 국내 IP 생태계 혁신 ▲2단계 아시아 IP 중심지 안착 ▲3단계 세계 IP 허브국가 도약 순이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조서용 알앤투테크놀로지 대표는 'IP 비즈니스 거래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한국의 연구비 대비 기술료 수입이 미국의 30분의 1 수준이라는 현실을 꼬집었다. 한국 전체 기술료 수입 총합이 2980억 원으로, 미국 단일 대학의 연간 기술료(펜실베이니아대 6400억 원, 에모리대 3000억 원)보다 적은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분야 로열티 유동화, 특허관리회사(NPE)의 특허풀 활용을 통한 활용률 제고, 기술이전전담조직(TLO)이나 로열티 파마(Royalty Pharma)와 같은 IP 전문 투자회사 모델 도입, 시장성 검증(POC)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이전에 대한 인식 전환과 기술료 배분구조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마지막 발표는 대법원 지식재산권조 재판연구관인 이혜진 판사가 '신(新)글로벌 분쟁해결 생태계 구축 모델'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최근 특허법원에 외국 기업이 당사자로 들어오는 소송이 급증하고, 기업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국가의 법원을 골라 소송을 거는 '포럼쇼핑'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법으로 AI를 활용한 국제 재판 플랫폼을 구축해 여러 나라 법원이 가상 법정에 모여 공통 쟁점을 심리하고, 재판 전 조정·중재(ADR)를 통해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 중재 결정의 인정·집행을 위한 뉴욕협약(이미 가입) 외에, 외국 조정 합의 인정·집행을 위한 싱가포르협약(2019년 서명 후 7년째 비준 안 함), 외국 판결 인정·집행을 위한 헤이그판결협약(미가입)에 조속히 비준하거나 가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세 협약을 하나로 연결한 '글로벌 3종 연계 체계(Global Trinity System)'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발표 후에는 두 개 분과로 나뉘어 토론이 진행됐다. 제1 분과에서는 부처와 지자체의 지식재산정책책임관들이 모여 제4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의 핵심과제별 세부 이행과제를 발굴하고 실행력 있는 정책 수립 방안을 논의했다. 제2 분과에서는 세계IP허브국가추진위 위원들이 IP 허브국가 추진방향과 핵심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쳤다.
이광형 지재위 민간위원장은 "이번 전략 회의에서 논의된 제4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 정책방향과 세계 IP 허브국가 추진방향 및 핵심과제는 우리나라 지식재산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재위는 이날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제4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의 초안을 마련하고, 공청회 등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세계IP허브국가추진위는 오는 2027년 3월까지 정례회의를 통해 세계 IP 허브국가 도약을 위한 중장기 추진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