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보험, 일상 복귀를 담보하다… ‘생활비 중심’으로 재편
‘암’이 과거 불치병에서 생활병으로 인식이 바뀌면서, 최근 보험사들이 암 치료 기간의 생활비 보장을 강화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립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01~2005년 암 진단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54.2%에 불과했으나, 최근 5년(2018~2022년)에는 72.9%로 크게 높아졌다. 암 환자 10명 중 7명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는 셈이다. 이는 의료기술 발전과 조기검진 확대, 암 관리체계 개선 등으로 암이 더 이상 ‘죽음의 병’이 아닌 ‘생활병’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암 진단 이후의 리스크 또한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암 발병 시 치료비 보장 중심의 상품이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치료 이후의 생활비 부족이나 재발·전이 위험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증가하는 추세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암 치료를 위해 휴직할 경우 월평균 200만~3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 가족이 간병을 맡는 경우 가족 구성원의 소득 공백이 발생하고, 간병인을 고용하면 월 200만~5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암이 완치되더라도 5년 내 직장 복귀율은 30%에 불과해 경제적 곤란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암 완치 후의 경제적 공백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 제도 역시 치료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소득보전 공백이 존재한다. 정부의 암환자 지원제도인 긴급생계비나 근로지원금 등도 한정적이어서, 민영보험이 그 틈새를 메우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보험사들은 생활비 보장형 암보험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암으로 연간 두 가지 이상 복합치료를 받을 때마다 매년 최대 1000만원을 지급하는 ‘또걸려도 또받는암보험’을 선보였다. 암수술·항암약물·항암방사선 등 복합치료 조합이 모두 해당되며, 재발·전이 등으로 치료 시점이 달라도 연간 두 차례 이상이면 지급된다.
NH생명은 연 500만원씩 최대 2500만원까지 생활비를 지급하는 ‘행복두배NH통합암보험’, 한화생명은 연 10회 확정 지급 구조로 최대 80세까지 보장하는 암보험을 내놨다. 푸본현대생명 역시 최대 2000만원까지 생활비를 지원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월 지급형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암 진단 후 생존 시 매년 진단일 기준으로 월 100만원씩 10년간(최대 1억2000만원)을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며, 신한라이프는 월 200만원씩 5년간 총 1억2000만원을 지급하는 ‘통합건강ONE암보험’을 출시했다.
남욱현 인카금융서비스 상품개발연구소장은 “과거 암보험은 수술·입원·항암치료비 등 치료비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치료 이후의 생계 공백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면서 암보험의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며 “소득 중단 기간이 평균 1~2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프리랜서·중소기업 근로자 등은 소득 대체 장치가 부족해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암보험도 ‘치료비 + 생활비 보장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은 단순한 사망 위험보다 장기 치료·휴직·재활 과정에서의 생활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암 진단 시 매달 일정액 지급(예: 월 200만~300만원, 최대 2년)’ 형태의 상품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소득보장보험(Income Protection)’ 성격을 띠며, 고객에게 “병이 나도 생활은 유지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는 향후 관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구조 변화로 생활비 보장형 암보험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한 중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고령화로 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은 가족 간 부양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암 발병 시 가사·간병 지원 인력 고용 비용이 늘어나 생활비 지출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보험금이 단순한 의료비 보장을 넘어 일상생활 유지비까지 커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30~50대 근로자들은 ‘치료보다 생활이 더 걱정’이라는 점에서 관련 상품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대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암보험 시장은 포화 상태지만, 생활비 담보형 암보험은 새로운 콘셉트로 고객 체감도가 높다”며 “생활비 지급 구조는 유지율을 높이고,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기 지급형 보험금 구조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일시금보다 현금흐름 부담이 적어 효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