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통상장관회의, 아태지역 다자주의 활성화 및 AI·디지털·녹색산업 협력방안 논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공동체(APEC) 통상장관들이 중국 쑤저우에 모여 중동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아태지역의 다자주의를 활성화하고 인공지능(AI)·디지털·녹색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한국은 내년 의장국을 앞두고 올해 의장국인 중국, 내년 의장국인 베트남과 함께 APEC 트로이카(3개국 협의체) 자격으로 참가해 경제협력 논의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정부 수석대표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주목된 것은 공급망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 방안이다. 여 본부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위기 상황이 유가 불안, 석유·가스 수급 차질, 해상물류 비용 상승 등을 초래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급망 위기 시 긴급회의 메커니즘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등 APEC 차원의 역내 협력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 본부장은 에너지 전환의 시급성을 재인식하고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연계, 탄소 크레딧 협력 등 역내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두발언에서 그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예측 가능한 지역주의 진전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개방적 협력을 위한 실용적 접근이 중요하며 APEC이 '실용적 협력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I와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한국은 한-싱가포르 디지털동반자협정(DPA), 한-EU 디지털무역협정(DTA) 등 디지털 규범 형성을 위한 양자·다자 차원의 노력을 소개했다. 특히 전자적 전송에 대한 무관세 관행(모라토리엄) 연장이 제14차 WTO 각료회의에서 무산된 것에 유감을 표명하고, 영구적 연장을 지지하는 APEC 회원국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의 계기로 열린 디지털동반자협정(DEPA) 통상장관회의에서는 지난해 협상이 타결된 페루와 코스타리카의 국내 절차 진행 상황을 점검했고, 중국과의 DEPA 가입 추진 현황도 논의했다.

WTO 다자질서 복구를 위한 노력도 핵심 의제였다. 여 본부장은 제14차 WTO 각료회의(MC-14)에서 한국이 개혁 세션 조정자로 활동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었지만 일부 국가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오는 2027년 제15차 각료회의 전까지 개혁에 대한 중간 점검 과정에서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과 칠레가 공동의장국으로 협상 타결을 주도한 투자원활화협정(IFDA)이 165개국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단 1개국의 반대로 WTO 체제 편입에 실패한 점도 거론됐다. 여 본부장은 전자상거래 협정(ECA)의 임시 이행 방식을 포함해 조속한 발효·이행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여 본부장은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과 별도 면담을 갖고 WTO 개혁 논의의 모멘텀 유지, 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 연장·영구화, 투자원활화협정의 조속한 발효 및 이행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회의 기간 동안 여 본부장은 주요국과 12회에 걸친 양자 면담을 통해 통상현안을 논의했다. 중국 리청강 국제무역협상대표와는 핵심광물을 포함한 공급망 안정화 협력을 지속하기로 하고, 중국의 수출통제 관련 신속·통용 허가 확대를 통한 기업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당부했다. 또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을 진전시키고 이른 시일 내 장관급 공동위를 개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국 릭 스와이처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는 한미 공동설명자료 이행 계획과 함께 현재 조사 중인 강제노동·과잉생산 관련 무역법 301조와 관련해 양국 통상환경 안정화 필요성을 전달했다.

호주 돈 패럴 통상장관과는 LNG·핵심광물·석유제품 등 주요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 협력을 논의했고, 뉴질랜드 토드 맥클레이 통상장관과는 디지털 공급망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칠레 파울라 에스테베스 차관과는 리튬 등 핵심광물 협력과 한-칠레 FTA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신남방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됐다. 까오 끔 훈 아세안 사무총장과는 아세안이 한국의 제2위 교역 파트너이자 주요 투자 대상 지역임을 재확인하고, 디지털 분야를 포함한 한-아세안 FTA 개선 협상이 조속히 개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조하리 투자통상산업부 장관과는 지난해 타결된 한-말레이시아 FTA의 서명 및 국내 절차 신속 추진에 뜻을 모았다.

베트남 응우옌 신 낫탄 차관과는 지난 4월 국빈 방문을 계기로 강화된 협력 모멘텀을 바탕으로 교역액 1500억 달러 달성 액션플랜을 이행하고, 올해 CPTPP 의장국이자 내년 APEC 의장국인 베트남과 다자협력도 지속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APEC 통상장관회의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아태지역 경제협력의 방향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내년 의장국 수임을 앞두고 다자·양자 채널을 통해 역내 협력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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