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 동안 밀가루 공급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710억 4,500만 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담합 사건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에 제재를 받은 제분사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곳이다. 이들 7개사는 국내 밀가루 B2B(사업자 간 거래) 시장에서 87.7%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 사업자들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24차례에 걸쳐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 물량 배분 등을 합의하고 실행한 사실을 적발했다.
담합은 2019년 11월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등 상위 3개사 대표자급 임원들이 식당에서 만나 '과도한 경쟁 자제'와 '적정 가격 유지'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하위사들로 가담 범위가 확대됐다. 제분사들은 영업본부장 이상의 대표자급 회의로 큰 틀을 합의한 뒤, 실무자급 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조율했다.
담합은 시기별로 그 범위가 점차 넓어졌다. 초기에는 농심, 팔도 등 대형 수요처에 대한 가격과 물량 합의에 그쳤으나, 이후 전체 거래처를 대상으로 밀가루 전 제품의 가격 인상·인하를 합의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 원맥(밀 원료) 가격이 오르자 제분사들은 원가 상승분을 신속히 판매가에 반영하기 위해 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담합했다. 반면 2023년 이후 원맥 가격이 하락하자, 최대한 늦게 인하하기 위해 농심 등 대형 수요처의 가격 인하 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이어갔다.
특히 정부는 2022년 하반기 물가 안정을 위해 이들 제분사에 총 471억 원의 가격안정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제분사들은 보조금을 받는 기간에도 담합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는 법 위반의 중대성을 더욱 높인 요소로 작용했다.
담합의 영향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됐다. 2022년 9월 기준 밀가루 판매가격은 담합 시작 시점인 2019년 12월보다 제분사별로 최소 38%에서 최대 74%까지 올랐다. 원가가 오를 때는 가격을 빠르게 많이 올리고, 원가가 내릴 때는 느리게 적게 내린 것이다. 또한 담합 기간 동안 제분사들은 경쟁 없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시장점유율을 유지했으며, 상위 3개사와 하위 3개사 모두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시정명령 7건을 함께 내렸다. 주요 내용은 법 위반행위 금지,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가격 변경내역 보고(향후 3년간 연 2회), 법 위반사실 통지, 임직원 교육 실시, 담합 여부 자체조사, 담합 가담자 징계규정 신설 등이다. 특히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을 통해 제분사들이 담합 이전의 경쟁 수준으로 가격을 다시 결정하도록 했다.
과징금은 사조동아원이 1,830억 9,7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대한제분 1,792억 7,300만 원, CJ제일제당 1,317억 100만 원, 삼양사 947억 8,700만 원, 대선제분 384억 4,800만 원, 한탑 242억 9,100만 원, 삼화제분 194억 4,800만 원 순이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1월 검찰에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총 14명에 대해 고발 조치를 완료했다. 이들 제분사는 2006년에도 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고 대표자급 임원 6명이 고발된 전력이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밀가루 시장에서 경쟁 질서가 확립되고, 왜곡된 시장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돼 가계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앞으로도 밀가루 등 국민 생활 밀접 식료품 가격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위반 시 엄중히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