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범죄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는 현장 감식 과정에 대한 국제표준(ISO 21043-2) 인증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조치는 과학수사 분야의 신뢰성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증거의 인식·기록·채취·운반·보관 등 전 과정을 국제 기준에 맞춰 관리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ISO 21043-2는 국제표준화기구(ISO) 산하 법과학위원회(TC 272)가 2018년 제정한 과학수사 분야 표준이다. 국내에서는 국가기술표준원이 2024년 과학수사 업무처리 기준으로 고시한 바 있다. 경찰청은 지난 2년간 이 표준의 요구사항과 경찰 내부 규정을 비교·분석해 인증심사 기준을 마련했으며, 10년 이상 실무 경험을 가진 과학수사관을 선발해 인증 심사원으로 양성하는 등 준비를 진행해 왔다.
경찰청은 인증제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과학수사 국제표준 인증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총 5명으로, 정희선 성균관대 석좌교수(전 국과수 원장),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한림대 특임교수), 윤지영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본부장, 강승구 한국생산성본부인증원 자문위원, 이강석 경찰청 과학수사기획과장이 참여한다. 이 위원회는 인증 기준 심의, 시도경찰청 인증 여부 결정, 인증 심사원 자격 부여 등 인증제도 운영 전반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독립적 기구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희선 위원은 "국제표준(ISO) 21043-2 기반 인증제도 도입은 현장 감식 절차를 국제표준에 맞춰 관리하려는 의미 있는 전환"이라며 "과학수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대한민국 과학수사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표창원 위원은 "한국 경찰 과학수사가 이번 인증제도 도입을 통해 현장에서 법정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라는 대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인증제도의 대외 공신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5월 19일 한국인정평가원(KAB)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경찰 과학수사 국제표준 적합성 평가 체계 구축 및 공인 추진, 인증 체계 운영 자문, 인증 심사원 양성 교육 지원 등을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인정평가원은 인증기관과 인증 체계의 적합성을 평가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지정 인정기관으로, 국제기준에 따라 경영시스템과 자격 인증 분야의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번 과학수사 국제표준 인증제도는 현장 감식 국제표준(ISO 21043-2)을 기반으로 시도경찰청 과학수사 부서의 현장 감식 업무절차 적정성 및 일관성을 평가·인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경영시스템 인증 방식을 준용해 경찰청이 시도경찰청을 대상으로 내부 인증을 실시하는 구조다. 올해는 서울경찰청을 대상으로 시범 인증을 진행하고, 단계적으로 전국 시도경찰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청장 직무대행 유재성 차장은 "우리 경찰은 이미 과학수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제 무대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과학수사 국제표준 인증제도 시행을 통해 현장 감식 단계까지 국제표준을 적용함으로써, 대한민국 경찰 과학수사의 체계가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을 공인받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경찰청은 이번 인증제도 도입으로 현장 감식 절차의 표준화와 증거 처리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국제적 표준을 선도하는 과학수사 체계를 구축·운영해 국민의 신뢰를 한층 공고히 할 방침이다. 또한 형사사법 체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는 한국형 과학수사 체제(K-CSI)를 국제적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