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농가에서 더 많은 새끼를 낳으면서도 고기 맛은 그대로인 국산 흑돼지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우리나라 고유 돼지의 장점을 살리면서 번식능력을 대폭 개선한 새 흑돼지 계통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립축산과학원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프로젝트로, 세 가지 돼지 품종의 장점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활용된 품종은 고기 맛이 뛰어난 한국재래돼지(축진참돈), 육질이 우수한 축진듀록(두록 계통), 그리고 새끼를 많이 낳는 번식성이 좋은 요크셔다. 연구진은 이들 3품종을 결합해 몸 전체가 검은색인 흑돼지의 외형적 특징은 유지하면서도 어미 돼지로서 번식능력이 뛰어난 새로운 계통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 개량된 흑돼지의 평균 총산자수(한 번에 낳는 새끼 수)는 11.3마리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한국재래돼지의 평균 약 7마리나, 국립축산과학원이 2015년 개발한 '우리흑돈'의 약 9.5마리와 비교해 눈에 띄게 향상된 수치다. 연구 초기 목표였던 11마리 이상을 이미 달성한 것이다.
또한, 세대를 거듭할수록 몸 전체가 검은색인 개체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교배 초기 2세대에서는 17.8%에 불과했지만, 3세대 53%, 4세대에서는 94.1%까지 증가해 흑돼지 고유의 모색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성장 속도는 기존 국산 흑돼지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발육 상태를 보였다.
연구진은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개량을 진행하기 위해 세대별 근친도(近親度, 가까운 혈통끼리 교배되는 정도)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근친도는 1세대 0.66%에서 4세대 3.20%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유전적 다양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원하는 형질을 고정해가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오는 5월 국내 학술지인 한국산학기술학회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그동안 '우리흑돈'을 아비 돼지(부계) 위주로 보급해 왔으나, 이번에 개발 중인 모계(어미 돼지) 흑돼지 계통이 완성되면 농가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씨돼지 보급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김시동 과장은 “이번 개량 연구는 우리나라 고유 돼지의 장점을 살리면서 새끼 수와 고기 품질을 동시에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개량 씨돼지 성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농가 보급 체계를 마련해 국내 흑돼지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국내 흑돼지 시장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기존 품종은 번식능력이 낮아 농가 생산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개발 중인 신품종 흑돼지는 고기 품질과 번식능력을 모두 갖춤으로써 농가 소득 증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