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다국어 플랫폼과 비대면 서비스를 앞세워 외국인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면, 보험업계는 외국인 설계사를 통한 ‘사람 중심 영업’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 결혼이민자 증가로 금융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금융권도 외국인을 단순 체류자가 아닌 장기 고객층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정착 수요가 확대되면서 금융사들의 전략도 송금과 계좌 개설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 “입국 직후 계좌 개설부터”… 플랫폼 경쟁 나선 은행권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은행권이다.
우리은행은 외국인 전용 플랫폼 ‘우리WON글로벌’을 운영 중이며, 하나은행은 ‘Hana EZ’를 통해 다국어 계좌 개설과 해외송금, 환율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도 다국어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외국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이 플랫폼 중심 전략에 집중하는 것은 외국인 고객 특성과 맞닿아 있다.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은 입국 직후 급여계좌와 체크카드, 환전, 해외송금 등이 필요해 즉각적인 금융 수요가 발생한다.
여기에 송금 수수료와 카드 사용, 예금 유치 등 수익성과도 연결되면서 은행들의 투자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금융거래를 넘어 외국인 고객을 위한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장기 체류자를 대상으로 카드와 대출, 생활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다른 방식으로 외국인 시장을 확대해 왔다.
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설명의무가 강한 산업 특성상 단순 플랫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보험 가입 과정에서는 보장 범위와 면책 조건, 갱신 구조, 고지의무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고객과의 신뢰 형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은 중국과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설계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같은 언어권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 상담과 가입, 보험금 청구 지원 등을 맡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대상 상해보험과 운전자보험, 유학생보험, 다문화가정 어린이보험 등이 외국인 설계사 중심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재중동포 설계사 조직은 이미 상당한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은행권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디지털 플랫폼 중심인 은행과 달리 보험은 여전히 ‘설명’과 ‘관계’가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외국인 설계사의 역할이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계도 지적된다. 현재 보험업계의 외국인 서비스는 특정 설계사의 개인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체계적인 다국어 시스템이나 표준화된 안내 체계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보험금 청구나 약관 설명 과정 역시 한국어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외국인 설계사 네트워크와 함께 인공지능(AI) 통번역 상담, 다국어 전자청약, 외국인 전용 고객센터 등 디지털 기반 서비스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