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수명 관리 나선 보험사… 미래는 ‘병원 밖’에
“보험은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비하는 금융상품이다.”
오랜 시간 보험산업을 설명해 온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보험사들이 이제 고객이 아프지 않도록 관리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보장 중심이던 보험의 역할이 건강관리와 예방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보험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 부가서비스 넘어선 ‘통합 플랫폼’ 진화
최근 보험업계의 핵심 키워드는 ‘웰니스(Wellness)’다. 웰니스는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조화롭고 건강한 삶을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과거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는 질병 위험 예측이나 건강상담 등 단편적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운동·식단·수면 관리 등 생활 습관 개선은 물론 멘털 케어까지 아우르는 독자적인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러한 변화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이 화두로 떠오르며 보험사의 역할도 달라졌다. 보험업계에서는 “보험의 미래는 병원 밖에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질병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해지면서 일상 속 건강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웰니스 사업은 신규 서비스 확대를 넘어 장기적인 손해율 관리와 직결된다. 고객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면 질병 발생 가능성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보험금 지급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계한 서비스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워치 등으로 걸음 수, 심박수, 수면 데이터를 수집해 보험료 할인이나 리워드 제공과 연결하며 일상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 글로벌 트렌드 부상 속 수익성 확보는 과제
해외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더 빠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디스커버리(Discovery)의 ‘바이탈리티(Vitality)’ 모델이 대표적으로, 운동량과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보험료 할인과 혜택을 제공해 일찌감치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존핸콕(John Hancock)과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itedHealth Group) 역시 웨어러블과 인공지능(AI)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며 헬스케어 결합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Ping An Insurance)은 온라인 진료와 건강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며 보험·의료 플랫폼 융합을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는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앱(App) 운영과 리워드 제공에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를 직접적인 수익으로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활용 규제와 의료법상 제한도 걸림돌로 꼽힌다. 이 때문에 현재의 서비스가 실질적 건강관리보다는 고객 유치용 마케팅 수단에 머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웰니스 시장 확대 흐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만성질환 증가와 AI 기술 발전이 맞물리며 보험의 역할 자체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보험사는 고객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