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배추 재배 농가를 괴롭히는 잎끝마름증(팁번)의 발생 조건이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은 낮 기온 24도 이상, 밤 기온 17도 이상의 고온과 낮 상대습도 60% 이하의 건조한 환경에서 이 증상이 크게 늘어난다고 13일 발표했다.
배추 잎끝마름증은 새순 부위의 잎 끝이 타는 듯 괴사하는 생리장해다. 단순히 칼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고온, 건조, 토양 수분 변화 등 복합적인 환경 요인이 원인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배추 속잎이 차는 결구가 지연되고, 이차적으로 내부 무름(일명 '꿀통 배추')이 생겨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그동안 원인이 다양해 정확한 진단과 대응이 어려웠으나, 이번 연구로 구체적인 환경 기준이 마련됐다.
연구진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58종의 환경·생리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잎끝마름증은 주간 기온 24도 이상, 야간 기온 17도 이상, 주간 지온 22도 이상에서 발생률이 높아졌다. 대기 건조도 주요 변수여서 주간 상대습도가 60% 이하, 야간 상대습도가 75% 이하로 떨어지면 위험이 커졌다. 토양 수분도 중요해 과도하게 마르거나(29% 이하) 너무 젖은 상태(44% 이상)에서도 발생이 증가했다. 이런 불량 환경이 5일 이상 지속되면 피해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연구진이 시판 경감제 2종을 실험한 결과, 개체당 1~2장에서 증상이 시작된 초기에 1회 엽면시비(잎에 직접 뿌림)하면 발생량이 최대 50%까지 줄었다. 다만 고온 환경이 2주 이상 이어지면 경감 효과가 7~30% 수준으로 떨어져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고온을 낮추는 현장 기술도 함께 제시됐다. 미세살수 스프링클러는 작은 물입자를 분사해 증발 냉각 효과로 낮 기온을 2.5~4.5도 낮출 수 있다. 2시간 연속 사용 시 기온이 5도, 엽온이 6도, 지온이 3도 가량 내려가고 상대습도는 28%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저온성 필름은 표면이 흰색인 투과성 광반사 멀칭 필름으로, 검은색 필름보다 토양 온도를 평균 4~6도 더 낮춰준다. 생육 초중반 기준 흑색필름 대비 주간 평균 지온이 4~5도 가량 낮게 유지됐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기초기반과 최학순 과장은 "잎끝마름증 발생 초기에는 경감제로 피해를 줄이고, 고온 건조한 환경이 예상될 때는 토양 수분과 온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배추는 대부분 노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미세살수와 저온성 필름처럼 농가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농업기술포털 '농사로'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으며, 앞으로 현장 컨설팅과 교육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