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값과 농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농가의 경영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용한 비료액을 다시 활용해 비용을 최대 40%까지 아낄 수 있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보급 중인 '순환식 수경재배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수경재배는 흙 대신 배지에 작물을 심고 양액(비료와 물을 섞은 용액)을 공급해 기르는 농법이다. 기존에는 작물에 공급하고 남은 배액을 버리는 '비순환식'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순환식 수경재배는 이 배액을 회수해 분석·살균·희석 과정을 거쳐 다시 사용한다. 이로 인해 화학비료 사용량은 30~40%, 농업용수 사용량은 20~30% 가량 줄어든다. 더불어 비료 생산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도 작물에 따라 최소 26%에서 최대 63%까지 감축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주요 수경재배 작물인 딸기·토마토·파프리카·멜론 4품목을 대상으로 순환식 기술을 적용한 연구 결과, 비순환식 대비 절감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딸기의 경우 비료구매비는 21%, 탄소배출량은 26% 줄었다. 토마토와 파프리카는 비료구매비와 탄소배출량이 각각 63%와 61% 감소했고, 멜론은 두 항목 모두 34% 감소했다. 특히 토마토와 파프리카는 비료비 절감 효과가 매우 컸는데, 이는 이들 작물이 많은 양의 비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농가 사례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전북 완주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농가는 순환식 기술 도입 후 양액 농축액 사용 기간이 평균 두 배로 늘었고, 배액의 50%를 전량 재활용해 비료 사용량을 약 50% 줄였다. 이를 통해 0.3ha 기준 연간 약 1000만 원의 비료구매비를 절감했다. 경남 함안의 파프리카 재배 농가도 같은 기술을 도입해 1.0ha 기준 연간 약 2000만 원의 비료비를 아꼈다.
순환식 수경재배는 버려지는 배액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방식이다. 시스템은 크게 원수·양액 농축탱크, 양액 공급장치, 배액 회수(모래여과), 배액 살균장치, 배액 희석장치로 구성된다. 회수된 배액은 먼저 모래여과기를 거쳐 큰 입자를 제거한 뒤 살균장치에서 병원균을 제거하고, 이후 원수와 일정 비율(권장 비율 원수:배액 7:3) 또는 농도에 따라 자동으로 혼합해 재사용된다. 이 과정은 양분 불균형 등 관리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지만,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가진다.
국내 수경재배 면적은 2000년 474ha에서 2024년 4671ha로 약 10배 증가했지만, 순환식 재배는 전체의 5%에 그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2024년부터 '순환식 수경재배 신기술보급사업'을 추진해 전국 43개소(2024년 17개소, 2025년 16개소, 2026년 10개소)에 기술을 보급했다. 2028년까지 순환식 재배 비율을 1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유인호 소장은 "순환식 수경재배기술은 화학비료, 농업용수, 탄소배출을 동시에 절감하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며 "중동발 비료 위기 등 대외 여건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비료 절감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