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럽연합(EU)과 멕시코를 상대로 통상 외교를 펼치며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환경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5월 10일부터 13일까지 벨기에 브뤼셀과 멕시코를 차례로 방문해 현지 진출 기업의 애로를 청취하고, 상대국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EU는 오는 7월부터 철강 30개 품목에 대한 관세 인상과 수입쿼터(TRQ) 도입을 골자로 한 '철강 공급과잉 대응법' 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 본부장은 5월 11일 브뤼셀 EU 집행위원회 본부에서 마로시 셰프초비치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우리 철강 업계의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 여 본부장은 한국산 철강 제품이 새 규제로 인해 불합리한 제약을 받지 않도록 EU 측의 신중한 접근과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여 본부장은 EU가 한국의 두 번째 철강 수출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조치가 철강업계에만 그치지 않고 현지에서 자동차·가전 등 완성품을 생산하는 우리 투자 기업들의 공급망과 생산 안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EU 측은 철강 산업이 한국과 EU 모두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 향후 고위급·실무급 협의를 통해 상호 호혜적인 해결 방안을 지속 모색해 나가자고 답했다.
앞서 여 본부장은 5월 10일 EU 현지 진출 기업 간담회를 열어 철강, 자동차, 배터리 등 주요 기업들의 사업 동향과 현장 애로를 점검했다. 참석 기업들은 EU가 산업가속화법(IAA),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각종 산업·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현지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하반기 도입 예정인 철강 수입규제 조치는 철강업계뿐 아니라 자동차·가전 등 다운스트림 산업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기업들은 업계 차원의 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협상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여 본부장은 그간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기업 경영 안정과 시장 대응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에 공감을 표했다.
또한 간담회에 참석한 폴란드 진출 우리 배터리 기업은 지난해 12월 EU 집행위원회가 '에너지 집약산업'의 지원 대상에 배터리 산업을 포함하기로 최종 결정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기업은 폴란드 정부가 이를 이행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있어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제조원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이번 조치가 우리 정부와 EU 집행위, 폴란드 정부 간 긴밀한 협의의 성과라고 설명하며, EU의 철강 수입규제 강화 등 보호무역 조치와 관련해서도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정부의 지속적인 對EU 및 폴란드 통상 아웃리치가 결실을 맺은 사례다. 정부는 그간 EU 통상집행위원 면담 및 폴란드 경제기술개발부 고위급 면담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배터리 산업을 EU '에너지 집약산업' 지원 대상에 포함할 필요성을 여러 차례 요구해 왔다.
여 본부장은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통상 역량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간담회에서 제기된 업계 애로사항을 한-EU 고위급 협의와 후속 실무 채널 등을 통해 지속 전달하고, 규제 부담 완화와 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U 일정을 마친 여 본부장은 5월 12일부터 13일까지 멕시코를 방문해 정·관·재계 인사를 접촉하고, 한-멕시코 FTA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전방위적 아웃리치 활동을 전개했다.
먼저 여 본부장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경제부 장관을 만나 멕시코의 FTA 미체결국에 대한 관세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멕시코는 미국, 브라질 등 중남미 수출을 위한 제조업 전진기지로 활용되는 곳인 만큼, 이 조치가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 본부장은 △FTA 미체결국에 대한 관세 인상 피해 최소화를 위한 현행 멕시코 관세 감면 제도의 안정적 운영 및 개선 △진출 기업 대상 무관세 쿼터 확대(자동차) 및 신규 쿼터 도입(가전)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재검토 과정에서 원산지 기준 등 관련 우리 기업의 요청사항을 전달하고,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멕시코 FTA 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국은 현행 무역 및 투자 관계를 개선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이를 논의하기 위해 양국 통상 당국 간 장관급 전략대화(Strategic Dialogue) 및 실무급 작업반(Working Group) 설치에 합의했다. 이는 한-멕 FTA 협상의 첫 단계로 평가된다.
아울러 여 본부장은 라자로 카르데나스 대통령 비서실장, 상원의 폴리옌스키 아태외교위원장, 레예스 경제위원장 등 주요 인사를 만나 멕시코에 투자한 한국 기업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한-멕 FTA 추진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면담에 앞서 여 본부장은 멕시코 현지 진출기업 간담회를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했다. 참석 기업들은 멕시코가 FTA 미체결국 대상으로 시행한 관세 인상 조치, 미국 232조 관세, USMCA 재검토, 노동법 강화 등으로 인해 우리 진출 기업이 당면한 애로를 호소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해법으로 한-멕 FTA 체결을 강조했다.
또한 한-멕 양국 기업인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멕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해 기업 간 네트워크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한-멕시코 FTA 체결 필요성에 대한 양국 기업인들의 관심을 높였다. 여 본부장은 후안 카를로스 전 경제부 차관, 메디나 모라 기업조정위원회(CCE) 회장, 후안 시에라 경영자총회(COPARMEX) 부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와 별도 면담을 갖고, 최근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무역 다변화가 필요한 멕시코에게 한국이 최적인 전략적 파트너임을 강조하며 FTA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경제계의 협력을 당부했다.
여 본부장은 "불확실한 통상 환경 하에서 정부는 본격적인 다변화 정책을 추진 중이며, 중남미 1위 교역 대상국인 멕시코와 관세 감면 인센티브 확대, FTA 추진 등을 통해 우리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외교를 통해 EU와 멕시코 양대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장기적인 통상 협력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고위급 협의와 실무 협상을 병행해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