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사단법인 대한산란계협회가 구성사업자인 계란 생산·판매업체와 유통업체 간 거래에서 기준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통지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 9,4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산란계협회는 2023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지역별 특별위원회를 통해 수시로 각 지역의 계란 중량별(왕란, 특란, 대란, 중란, 소란) 기준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팩스나 문자메시지로 구성사업자들에게 공지했다. 협회는 새로운 가격 결정이 없더라도 매주 수요일마다 기존 가격을 재안내하고 홈페이지 게시와 유통업체 구독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기준가격의 대표성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구성사업자들은 기준가격의 영향을 받아 실제 거래가격을 결정했고, 그 결과 계란 실거래가격은 협회가 결정·통지한 기준가격과 매우 유사한 수준으로 형성됐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매일 발표하는 계란 실거래가격을 기준가격과 비교한 결과, 두 가격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업자단체가 사실상 가격을 통제한 셈이다.
계란 산지 가격은 이후 도소매 가격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협회의 기준가격 결정이 국민생활과 밀접한 필수 식품인 계란의 소비자 가격 상승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법위반 기간인 2023년부터 2025년까지 협회는 기준가격을 9.4% 인상했으며, 같은 기간 사료비 등 원란 생산비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 기준가격과 생산비의 격차가 2023년 781원에서 2025년 1,440원으로 확대됐다. 이 같은 기준가격의 지속적인 인상이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2023년 수도권 기준 계란 산지 기준가격은 30개에 4,841원이었으나 2025년에는 5,296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원란 생산비는 30개당 4,060원에서 3,856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생산비의 60%를 차지하는 사료비도 2,630원에서 2,350원으로 내려갔다. 즉, 생산 비용은 줄었는데 협회가 정한 기준가격은 크게 오른 것이다.
또한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한 계란가격조정협의회에서 총 4차례 계란 기준가격이 결정되기도 했지만, 협회는 이 기회를 이용해 다른 지역의 기준가격을 여러 차례 결정했다. 협의회가 수도권 가격을 결정할 때면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다른 지역의 가격도 함께 결정해 사실상 전국적인 가격 담합을 주도한 것이다.
2025년 말 기준 국내 산란계 사육업체의 총 사육수수 대비 협회 소속 구성사업자들의 사육수수는 약 56.4%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협회가 발표하는 기준가격은 구성사업자뿐 아니라 그 외 계란 농가와 유통상인들도 거래가격 결정 시 참고하는 만큼 경쟁제한성은 더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공정위는 협회에 향후 금지명령, 구성사업자에 법위반 사실 통지명령, 임직원 교육명령과 함께 총 5억 9,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계란 산지 거래에서 사업자단체 주도로 진행돼 온 가격담합을 적발해 엄중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그동안 농림축산식품부가 생산자 단체 주도의 가격결정 행위에 우려를 표명하며 전문 연구기관 또는 공공기관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산지가격을 조사·발표하겠다는 정책 방침과도 방향성을 같이 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7월 산란계협회를 통한 계란 산지 기준가격 발표를 폐지하고 축산물품질평가원을 통해 매일 권역별 실거래 평균가격 발표로 전환할 방침을 밝혔으며, 2026년 3월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통해 산지 계란가격 정보를 조사·발표하고 계란 가격 검증위원회를 통한 적정성 검증 체계를 구축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생산자단체 주도의 가격 결정 행위가 위법함을 분명히 하고, 국민 생활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먹거리 분야 담합에 엄정 조치했다는 점에서 향후 식료품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