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고립 문제를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로 규정하고, 관련 정책의 큰 틀을 바꾼다. 보건복지부는 5월 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2026년 제1차 고독사 예방 협의회를 열고 ‘사회적 고립 예방’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협의회는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범정부 협의기구로, 행정안전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성평등가족부, 경찰청, 소방청 등 관계 부처 차관과 지자체, 민간 위원이 참여했다. 회의에서는 기존의 사후적 고독사 방지 정책에서 벗어나 사전적 사회적 고립 예방 정책으로 프레임을 전환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정책 전환의 핵심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차관’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는 경제·고용·주거·건강 등 복합적 원인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고립에 대응하기 위해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범정부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 전담차관은 관계 부처 간 협력 과제 발굴과 조정 등 사회적 고립 예방 및 관리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정부는 사회적 고립 예방 정책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현행 고독사 예방법을 ‘(가칭) 사회적 고립 예방법’으로 전부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사회적 고립 위험군과 국민 인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국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정부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업 대상 범위를 사회적 고립 위험군 전체로 확대하고, 청년·중장년·노년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식 개선 캠페인과 사업 안내 홍보를 추진하고, 향후 사회적 고립 예방의 날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의 4대 추진 전략을 기반으로 8개 중앙부처와 17개 시·도가 참여하는 2026년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도 보고됐다. 4대 전략은 고독사 위험군 발굴 및 위험 정도 판단,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 생애주기별 서비스 연계·지원, 고독사 예방·관리 정책 기반 구축이다.
참여 부처는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성평등가족부, 통일부, 국가보훈부 등이다. 시행계획에 따라 중앙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도 다양한 사업들이 본격 추진된다.
서울특별시는 약 300평 규모의 소통 교류 공간인 ‘서울 잇다 플레이스’를 운영해 관계 형성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부산광역시는 지역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고립·은둔 가구가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점 공간 ‘마음점빵’을 올해 5개소까지 조성해 시범 운영한다. 마음점빵은 ‘마음’과 ‘점방(작은 가게의 옛말)’을 합친 말로, 셀프 간편식을 매개로 소통과 관계 형성을 유도하고 맞춤형 마음 돌봄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오늘 협의회는 우리 사회가 사회적 고립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예방을 위해 민과 관이 공동으로 협력하기로 한 첫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보건복지부는 사회적 고립 대응 주무 부처로서 정책 역량을 집중해 촘촘한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관리 체계 구축, 법률 개정, 실태조사 실시 등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할 방침이다.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본격화됨에 따라, 향후 관련 정책이 국민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