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입점 소상공인들에게 납품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거나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불공정 행위가 대거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13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를 대상으로 긴급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총 58건의 불공정행위를 확인하고 후속 조치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월 9일 용인 기흥휴게소를 직접 방문해 입점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김 장관은 "휴게소의 불공정 행위를 발본색원해 국민에게는 편안한 쉼터, 소상공인에게는 상생의 터전이 되는 공정한 장소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납품대금 미지급이었다. 조사 결과 기흥임대, 기흥민자, 충주, 망향 등 7개 휴게소에서 총 53억 원의 납품대금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4개 휴게소는 약 26억 원을 전액 지급했고, 나머지 3개 휴게소에서도 약 22억 원이 추가로 지급돼 현재까지 총 48억 원이 입점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갔다. 한국도로공사는 법률상담센터를 운영해 소상공인들에게 압류 등 법적 절차에 대한 무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남은 미지급액 해결을 위해 계속 지원할 방침이다.
납품대금 미지급 외에도 중간 운영업체의 각종 갑질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중간 운영업체가 부담해야 할 급·배수시설 관리비나 간판 설치 비용 등을 입점 소상공인에게 떠넘기거나, 시중보다 비싼 식자재를 강제로 구매하도록 한 사례가 신고됐다. 또 중간 운영업체가 직원 임금을 체불하거나, 일부 매장 운영자가 운영권을 제3자에게 불법으로 판매(전대차)한 경우도 적발됐다.
특히 기흥휴게소의 경우, 일부 입점 소상공인들이 납품대금을 받는 과정에서 중간 운영업체로부터 계약 해지와 퇴점을 강요당해 영업이 중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이들 소상공인의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입점 소상공인이 도로공사에 중간 운영업체의 갑질을 신고했지만, 오히려 신원이 중간 운영업체에 전달돼 불이익을 받은 사례도 확인됐다. 여기에 도로공사 퇴직자가 중간 운영업체 자회사에 취업해 휴게소 로비 활동을 하면서, 입점을 원하는 소상공인에게 소개비를 받고 업체를 알선해 준 정황도 신고됐다.
국토부는 이 같은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 방안을 내놨다. 우선 납품대금을 미지급하거나 갑질을 한 중간 운영업체에 대해 휴게소 운영서비스 평가에서 '징벌적 감점'을 부과하고, 최악의 경우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특히 납품대금 미지급 업체는 입찰에서도 큰 폭의 감점을 받게 된다.
아울러 국토부는 지난 4월 8일부터 납품대금 미지급 등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며, 신고된 불공정행위는 사실 확인 후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임금 체불 문제는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체불임금 진정 절차를 지원할 계획이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는 공공과 입점 소상공인 간 직계약 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중간 운영업체를 거치는 구조를 없애 불공정행위의 발생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또 도로공사 전관의 휴게소 운영 개입 문제에 대해서도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개선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불공정행위들이 여럿 확인됐다"며 "후속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을 철저히 이행해 고속도로 내 불공정행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고 국민 편익이 증진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흥 민자휴게소 입점 소상공인 강제 퇴거와 같이 소상공인이 부당하게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회복 방안을 도로공사와 함께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