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이제 제작사나 수입사의 역량을 정부가 엄격히 검증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 김성환)는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선정 평가기준'을 확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이 기준을 통과한 업체만 전기차 보급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평가기준은 지난 3월 발표된 초안에 대해 국회와 자동차 업계 등에서 제기한 의견을 반영해 보완한 것이다. 총점 100점 만점으로, 60점 이상을 받은 사업자는 차기 평가 시기까지 국내 전기차 보조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평가 기준은 5개 분야 13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첫째로 '기술개발 역량'(10점)은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전기차와 부품의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규모, 연구시설, 전문인력 현황을 평가한다. 해외 본사가 있는 경우 국내 법인뿐 아니라 해외 본사의 R&D 실적도 인정해 실질적인 기술 노력을 평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
둘째로 '공급망 기여도'(40점)는 배점이 가장 큰 분야다. 국내 전기차 가치사슬과의 연계성,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고용 창출, 부품산업 전환 기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속가능한 지역 공급망 생태계 구축과 활성화를 위한 항목들로 구성됐다.
셋째로 '환경정책 대응'(15점)은 기후위기 대응과 자원순환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부합하는지 본다. 모델별 판매 대수에 따른 제조 단계 탄소배출량, 저탄소 소재 적용, 배터리·부품 재활용·회수 등 전기차 전 주기에 걸친 환경 관리 역량을 점검한다.
넷째로 '사후관리 지속성'(20점)은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전국 단위 정비망과 원활한 부품 공급체계를 갖췄는지, 결함시정(리콜) 등 책임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구조적 능력이 있는지 검증한다. 이를 통해 업체의 사업 중단이나 철수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고, 차량 보유 기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다.
다섯째로 '안전관리'(15점)는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은 전기차 화재·결함 등 사고 대응체계와 사이버 보안 역량을 평가한다.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전기차의 중요 정보 유출이나 원격제어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능력도 함께 검증한다.
이 밖에도 보급사업 추진 절차를 위반하거나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시정·조치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감점이 적용된다. 국고로 지급되는 보조금이 역량이 부족한 사업자에게 지원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평가기준 보완 과정에서 정부는 항목의 형평성을 합리화하고, 불필요한 논란이나 해석상 혼란을 없애기 위해 간소화·정량화에 중점을 뒀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국내 기업은 물론 신규 유망업체와 국내 전기차 생태계에 기여하는 해외 기업도 보급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선화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이번 평가기준 확정으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전기차 보조금이 지속가능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더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품질과 안전이 담보된 전기차가 보급돼 내연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