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26년 5월 7일 국가 R&D 사업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연구데이터의 효과적인 관리와 활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연구데이터법' 제정을 발표했다. 매년 수십조 원 규모의 국가 R&D 예산이 투입되는 가운데 연구데이터의 산재와 활용 부족이 과학기술 발전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상황에서 이번 법 제정은 연구 성과의 누적과 재활용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국가 R&D 연구데이터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 핵심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연구기관별로 데이터가 분산 저장되고 표준화가 미흡해 연구자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찾거나 재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연구데이터법'을 통해 연구데이터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관리 체계를 법적으로 명문화한다. 법 제정의 핵심은 연구데이터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공유하는 데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연구데이터 관리의 기본원칙과 절차를 규정하는 부분이 포함된다. 먼저, 과기정통부를 국가연구데이터관리기관으로 지정해 전반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을 담당하게 한다. 이 기관은 5년마다 국가연구데이터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며, 연구데이터의 등록, 공유, 활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국가연구데이터포털을 구축해 연구자들이 데이터를 쉽게 검색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구 수행 기관과 연구자에게는 연구데이터의 생성부터 보존, 공개까지의 의무를 부과한다. 특히 공공 R&D 사업의 연구데이터는 원칙적으로 공유 대상으로 하며, 민감 정보는 익명화 등의 조치를 통해 보호한다. 법은 데이터의 품질 관리 기준과 표준을 마련해 신뢰성 있는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한다. 예를 들어, 메타데이터 표준화와 품질 평가 체계를 도입해 데이터의 재사용성을 높인다.
활용 측면에서는 연구데이터를 AI 학습이나 신약 개발 등 후속 연구에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다. 법 시행을 통해 연구데이터의 연간 생성량(약 1PB 이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중복 연구를 줄이고 새로운 발견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 법은 연구데이터를 국가 과학기술의 '국부'로 전환하는 초석"이라고 강조했다.
제정 배경에는 국제적 추세도 반영됐다. 미국의 NSF 데이터 공유 정책, EU의 FAIR 원칙(Findable, Accessible, Interoperable, Reusable)처럼 선진국들이 연구데이터 개방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국도 이에 발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한국연구재단, 정보통신기획경제원 등 R&D 집행기관이 이미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 부재로 한계가 있었다. 이번 법은 이러한 산발적 노력을 통합하고 법적 강제력을 더한다.
법 제정 과정은 국회 입법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 후 약 1년 내 본격 시행되며, 초기에는 시범 사업을 통해 안착을 도모한다. 연구자 교육, 시스템 구축 예산 등 후속 조치도 병행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구데이터 활용률을 현재 20%대에서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발표는 과학기술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대학과 연구소 연구자들은 데이터 접근성 향상을 환영하며, 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 유용한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법 제정 후 연구데이터 관련 국제 협력도 강화해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가연구데이터법'은 단순한 데이터 관리법을 넘어 과학기술 강국 도약의 기반이 될 것이다. 연구데이터의 가치가 점차 부각되는 시대에 이 법은 한국 과학의 미래를 여는 열쇠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