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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머니 증가, “보험·은행 역할 재편 시급”

치매머니 증가, “보험·은행 역할 재편 시급”

치매머니 증가, “보험·은행 역할 재편 시급”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고령 치매환자의 자산 보호가 금융권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치매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과 부동산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보험과 은행 기능을 연계한 제도적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고령자의 인지기능 저하로 사실상 동결될 가능성이 있는 이른바 '치매머니' 규모는 2050년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15.6%에 달하는 약 488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치매·간병보험금 활용과 은행 신탁을 아우르는 체계적 자산관리 방안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후견과 신탁, 현행 제도의 공백 노출

현재 치매환자 자산 보호 수단으로는 성년후견제도와 민간신탁이 활용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뚜렷한 공백이 존재한다. 현행 성년후견제도는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뒤 사후적으로 신청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며, 후견 개시까지 최대 1년이 소요되는 동안 자산 활용이 막힌다. 전체 후견인의 85%를 차지하는 친족에 의한 재산 남용 위험도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대안으로 주목받는 민간신탁 역시 한계가 있다.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5년 말 기준 4조4700억원으로 급성장했지만, 높은 최소 가입 금액 요건이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보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도 제약이 따른다. 현행 신탁 규정상 일부 생명보험금만 신탁이 허용돼 치매·간병 관련 보험금이나 연금 수급권은 편입하기 어렵다.

■ 해외 주요국, 포용적 자산 보호 모델 구축

반면 해외 주요국은 고령자와 인지취약계층의 자산 보호를 위해 보험·신탁·은행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키고 있다.

미국 주요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피델리티(Fidelity)는 법인수탁자 서비스를 생전신탁 및 은퇴계좌와 결합해 운영하고 있으며, 인지기능 저하나 사망 이후에도 보험금과 연금 자산 관리가 법원 개입 없이 자동으로 이어진다.

또한 미국은 치매·간병보험금을 신탁에 편입하더라도 복지급여 수급 자격이 유지되도록 '특별수요신탁(SNT)'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보험금 사용범위를 수익자의 특별 필요 영역으로 제한해 집행되는 구조로 보험 보장과 공공 지원 간 충동을 최소화했다.

일본과 영국도 고령층 금융 보호 장치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신탁은행은 고액 인출 시 동의권자 확인 절차를 의무화해 금융사기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있으며, 4촌 이내 친족이 없는 고령 1인가구의 경우 전문가를 제3자 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냇웨스트(NatWest)는 신뢰하는 대리인에게 일상 금융거래 권한을 위임하는 제3자 위임 서비스와 전용 뱅킹 툴을 제공해 인지 저하 이후에도 금융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 세제 및 법체계 개선으로 안전망 완성

초고령사회에서 자산 보호는 보험과 은행의 역할을 아우르는 금융안전망 마련이 과제로 제시된다.

전문가들은 고령자 자산의 77.3%가 집중된 부동산이 신탁재산에 편입될 수 있도록 신탁법과 자본시장법 간 정합성을 높이고, 보험 자산도 신탁 구조 안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고령 치매환자 대상 신탁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공공 치매신탁 재산 일부를 복지급여 수급 자격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소득 고령자의 실질적 신탁 이용을 위한 정부 주도 공공신탁 체계 도입도 중장기 과제로 꼽힌다.

단순한 금융상품 제공만으로는 고령 치매환자의 자산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 자산이 신탁 구조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은행의 자산 관리 전문성이 뒷받침될 때 보다 촘촘한 금융안전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보험과 은행 간 제도적 칸막이를 낮추고, 자산 보호 체계를 통합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초고령사회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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