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국내총생산(GDP)의 15.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약 488조원 규모의 ‘치매머니’가 금융권의 새로운 리스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전망에 따르면, 인지기능이 저하된 고령자의 자산이 사실상 동결되거나 부당하게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과 은행의 제도적 연계 필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자산 보호 체계의 공백이 현실화된 가운데, 금융안전망의 재설계가 초고령사회 대응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고령자 자산 보호 수단으로 운영 중인 성년후견제도는 절차 지연과 친족 후견인의 재산 남용 우려로 한계가 명확하다. 후견 절차 개시까지 평균 1년가량 소요되며, 전체 후견인의 85%가 친족인 만큼 감시 장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민간신탁도 보편성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4조4700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이지만, 높은 가입 요건이 다수 고령자의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보험자산의 신탁 편입도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생명보험금 일부만 신탁 가능하며, 치매나 간병보험금, 연금 수급권은 쉽게 통합 관리되지 못한다. 반면 해외 사례는 보험·은행·신탁 간 유기적 결합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 이후의 자산관리를 선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은행과 자산운용사는 생전신탁과 은퇴계좌를 결합한 법인수탁 서비스를 제공하며 법원 개입 없이 자동으로 자산 관리를 이어가고 있으며, 일본과 영국도 고액 거래 시 제3자 확인 절차나 전문 대리인 지정을 통해 금융사기를 예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부동산 비중이 77.3%에 달하는 고령층 자산이 신탁재산으로 원활히 편입될 수 있도록 신탁법과 자본시장법 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보험자산의 자유로운 활용과 세제 혜택 확대, 공공신탁 재산의 복지급여 산정 배제 등도 포괄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특히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신탁 체계의 중장기적 도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단순한 금융상품 제공을 넘어 보험과 은행의 제도적 칸막이를 해소하고, 고령자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자산관리 틀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치매환자의 자산이 사후가 아닌 사전에 체계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제도적 프레임이 재설계될 경우,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도 본질적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