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반려견과 반려묘의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애 단계별로 어떤 질병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는 부족한 실정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내 동물병원 의료데이터를 바탕으로 반려견과 반려묘의 생애주기별 주요 질병 특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82개 동물병원에서 수집한 의료데이터 50만여 건 가운데 중복을 제거하고 비정형 자료를 걸러내는 정제 과정을 거친 반려견 22만여 건, 반려묘 3만 9천여 건을 최종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제 표준 수의학 용어체계를 적용하고, 대규모 언어모델 기반 인공지능(AI) 분석 체계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를 객관적으로 구분했다는 점입니다. 전문가 검수 과정까지 거쳐 반려견은 ▲강아지(∼1년령) ▲젊은 성체(2∼5년령) ▲성숙 성체(6∼10년령) ▲노령(11∼15년령) 등 4단계로, 반려묘는 ▲새끼 고양이(∼2년령) ▲젊은 성체(3∼8년령) ▲성숙 성체(9∼12년령) ▲노령(13∼15년령) 등 4단계로 구분하고 각 시기별로 많이 발생하는 질환 10가지를 분석했습니다.
반려견의 경우 어린 시기인 강아지 단계에서는 유치잔존(젖니가 제때 빠지지 않고 영구치와 함께 남아 있는 상태), 잠복고환(고환이 음낭으로 내려오지 않는 상태), 앞다리 골절 등 성장 과정과 관련된 질환이 주로 나타났습니다. 외이염과 슬개골 탈구(무릎뼈가 제자리를 벗어나는 질환)는 어린 시기부터 노령기까지 꾸준히 높은 빈도를 보였습니다.
젊은 성체(2∼5년령)와 성숙 성체(6∼10년령) 시기에는 피부염, 곰팡이성 피부염, 화농성 피부염 등 피부 질환과 지간피부염(발가락 사이 피부 염증), 방광결석증 등 비뇨기 질환의 발생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호흡부전, 결막염, 외상 등도 이 시기 주요 질환에 포함됐습니다.
노령기(11∼15년령 이상)에는 이첨판폐쇄부전(심장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이 역류하는 질환), 전신 고혈압, 만성 신장질환, 심장부전, 췌장염, 백내장 등 만성 질환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이첨판폐쇄부전은 노령견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질환 1위로 꼽혔습니다.
반려묘의 생애주기별 질환 특성은 더욱 뚜렷했습니다. 새끼 고양이 단계(∼2년령)에서는 결막염, 외이염, 호흡부전, 폐렴 등 감염성 질환과 귀진드기성 외이염, 뒷다리 골절, 복수 등이 다른 생애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므로 예방 접종과 조기 진료가 중요합니다.
젊은 성체(3∼8년령)로 접어들면 치주질환, 구내염, 치석 등 구강 질환과 방광염, 방광결석 등 비뇨기 질환의 발생률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원인미상 흉수(원인을 알 수 없는 흉막삼출액), 췌장염도 주요 질환으로 나타났습니다. 성숙 성체(9∼12년령)에서는 만성 신장질환이 가장 흔한 질환으로 올랐고, 비대성 심근병증(심장 근육이 두꺼워지는 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갑상선 호르몬 과다 분비), 전신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노령기(13∼15년령 이상) 반려묘에게는 만성 신장질환이 단연 가장 위협적인 질환이었습니다. 이밖에 전신 고혈압, 호흡부전, 구내염, 빈혈, 췌장염, 비대성 심근병증, 갑상선기능항진증, 치주질환 등이 상위 10위권을 차지했습니다. 전 생애주기에 걸쳐 치주질환과 구내염 등 구강 질환이 높은 빈도를 보였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질병방역과 강석진 과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 동물병원 대규모 의료데이터와 AI 기반 표준화 방법론을 결합해 반려동물의 생애주기를 과학적으로 구분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반려산업동물의료과 정미영 과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반려동물 예방의료 확대와 진료비 부담 완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 펫보험 업계 및 동물의료계 등과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예방 중심의 반려동물 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해 보다 체계적으로 동물 의료정보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앞으로 반려동물 보호자가 연령별 맞춤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계획을 세우는 데 유용한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동물병원에서도 생애주기별 질병 발생 패턴을 고려한 맞춤형 진료와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