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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 정담] AI 시대에 '데이터' 보다 '직감'을 고집하면

 새문안 정담  AI 시대에 '데이터' 보다 '직감'을 고집하면

새문안 정담 AI 시대에 '데이터' 보다 '직감'을 고집하면

올해 프로야구 시즌이 막을 내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LA 다저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꺾고 2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했다. 일본의 재팬시리즈에선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첫 게임을 한신 타이거즈에 내줬지만 내리 4연승을 거두고 5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정규리그 1, 2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가 맞붙은 한국시리즈는 뚜렷한 실력차를 보이면서 LG의 4-1 승리로 마무리됐다.

비록 '어게인 1999!'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화 이글스는 2006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등 2000년대 들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아쉬운 것은 모처럼 가을 잔치에 초대된 만큼 한국시리즈에서 최소 6차전을 치르며 팬들에게 한 경기라도 더 많이 보여줬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결정적인 경기에서 감독의 판단 미스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쳐 이글스팬의 허탈감이 크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정규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면 감독으로서는 아주 잘한 것으로 칭송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김경문 감독에 대한 이글스 팬과 프로야구 전문가의 평가는 차갑다. 정규리그 막판부터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불펜 운용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김 감독 특유의 '직감 야구'가 불러온 대참사 때문이다.

10월 1일 인천 SSG 랜더스와의 정규리그 최종 16차전, 한화 이글스는 이 경기에서 이기면 LG 트윈스와 정규리그 1위 결정전을 치러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확률을 50%까지 높일 수 있었다. 5-2로 앞선 9회 말 김 감독은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서현은 땅볼로 아웃카운트 2개를 먼저 잡았지만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대타 현원회에게 홈런을 맞았다. 이어 후속 타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이번에는 신예 이율예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김서현은 시즌 막판 주자를 내보낸 뒤 어김없이 큰 것 한방을 맞는 흐름을 반복했다. 최고 구속은 10km 가까이 떨어졌고 제구가 안돼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진 공은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그의 이러한 투구 패턴을 인공지능(AI)으로 낱낱이 분석한 요즘 타자들은 이를 결코 놓칠 리 없었다. 공이 때리기 좋은 곳으로 올 때를 기다렸다가 볼넷으로 출루하거나 제대로 휘둘러 쉽게 담장을 넘겼다.

정규리그 후반부 김서현 등판 경기를 보면 그가 내보낸 주자는 홈까지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이글스 팬들은 김 감독이 그를 마운드에 올리면 불안감에 사로잡혔고 볼넷을 내주거나 안타를 맞으면 곧바로 투수 교체를 주문했다. 아마 데이터를 중시하는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김서현을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고, 올렸어도 안타를 맞거나 볼넷을 허용하면 바로 내렸을 것이다.

10월 2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 이글스가 4-1로 앞선 6회 말 1사 1, 2루에서 김 감독은 세이브 상황이 아닌데도 갑자기 김서현을 투입했다. 이때가 김서현을 살릴 수 있는 기회라고 직감했던 듯하다. 그러나 그는 김영웅에게 3점 홈런을 맞았고 팀은 4-7로 역전패했다. 이날 경기를 잡았으면 2025 KBO 프로야구 최고의 원투펀치 폰세와 와이스를 한국시리즈 1, 2차전에 선발로 세울 수 있었지만, 5차전에서 폰세와 와이스를 투입하는 바람에 19년 만에 찾아온 한국시리즈를 그르치게 됐다.

10월 30일 대전 한국시리즈 4차전,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4개를 남겨놓은 8회 초 2사 1, 2루에서 김서현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김서현은 오스틴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며 살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했다. 4-1로 앞선 9회 초 선두타자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후속 타자인 박동원에게 추격의 투런포를 허용했다.

김 감독은 박동원에게 홈런을 내준 뒤에도 그를 빼지 않았다가 박해민을 볼넷으로 출루시키자 그제서야 교체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팀은 4-7로 역전패했다. 경기를 잡았으면 승부를 원점(2승2패)으로 돌려 시리즈를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었는데, 이날 패배로 이글스는 5차전에서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한채 2025 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LG 트윈스에 내줬다.

김경문 감독은 통산 1000승을 돌파한 명장이다. 그러나 그에겐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없다. 올해까지 다섯 번째 도전했으나 이번에도 실패했다. 그의 한국시리즈 통산 성적은 4승 20패에 불과하다. 이는 그가 큰 경기에서 선수의 최근 피칭이나 타격 패턴, 당일 컨디션과 신체리듬을 세밀히 점검하기 보다 직감을 고집한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스포츠에서 최고의 덕목은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고 승리야말로 최고의 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직감을 고집하다 판단 미스로 내주는 것은 프로스포츠 감독으로선 직무유기이자 배임이다.

지금 우리는 AI 시대에 살고 있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확한 분석과 최적의 조합, 예리한 판단, 냉철한 선택이 기본이다. AI 시대에 데이터보다 직감을 고집함으로써 실패를 되풀이하는 지도자라면 운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실력과 자질 부족임을 깨달아야 한다.

전인엽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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