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지역에 방치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이 마련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농어촌 빈집 정비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 법은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빈집으로 인한 마을 경관 저해, 안전사고, 범죄 발생 등 사회적 문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진됐다. 기존에는 '농어촌정비법'의 일부 조문으로만 빈집 문제를 다뤄 한계가 있었으나,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정비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법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한 점이다. 기존에는 농어촌과 준농어촌 지역이 혼재돼 행정상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번 특별법은 적용 대상을 '읍·면' 지역으로 한정했다. 도농복합시의 경우 '동' 지역은 도시 빈집으로, '읍·면' 지역은 농어촌 빈집으로 구분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명확한 기준으로 빈집 실태를 파악하고 맞춤형 정비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법안은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주체들의 책무도 대폭 강화했다. 우선 빈집 소유자는 안전사고 예방과 경관 저해 방지를 위해 빈집을 직접 관리해야 하며, 국가와 지자체의 빈집 정비 시책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히 무허가 건축물이나 상속 등으로 소유자 파악이 어려운 경우 납세 의무자까지 소유자 범위를 확대해 관리 사각지대를 줄였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빈집 정비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관련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하며, 각 시장·군수는 연차별 정비 목표를 포함한 빈집 정비계획을 수립한 후 반드시 지방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빈집 정비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도 도입됐다.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할 경우 농지전용부담금, 공유수면 점용·사용료 등 각종 부담금이 감면될 수 있다. 또한 '국유재산법', '주차장법' 등 다른 법률의 특례를 적용받아 사업구역 내 국유재산을 수의계약으로 임대하거나 매각할 수 있고, 주차장 설치 기준도 완화된다. 특히 '빈집우선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농지 전용 특례와 공동이용시설 사용료 감면 등 추가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빈집우선정비구역은 빈집이 증가하거나 빈집 비율이 높은 농어촌 지역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지정하는 구역으로, 지정 기한은 5년이다.
체계적인 정비와 관리를 위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농식품부는 빈집 정비 정책과 상담·교육, 계획 수립 등을 지원하는 '빈집정비지원기구'를 지정할 수 있으며,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이 이 역할을 맡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빈집의 효율적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빈집활용지원센터'를 설치하거나 지정할 수 있는데, 이 센터는 빈집 기초조사와 활용 방안 상담, 주민 의견 수렴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빈집은행사업'을 통해 빈집의 매매와 임대, 가격 및 거래 동향 정보 제공 등 빈집 활용 기반을 조성할 수 있게 됐다.
빈집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이 정보는 소유자에게 통보된다. 1등급은 개·보수 후 활용 가능한 빈집, 2등급은 안전조치가 필요한 빈집, 3등급은 철거 등 정비가 필요한 빈집으로 구분된다. 빈집정비사업의 시행자는 기존 시·군과 빈집 소유자, 공공기관 외에도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 공익법인 등으로 확대돼 다양한 주체의 참여가 가능해졌다. 특정빈집의 경우 공익신고가 없더라도 실태조사를 통해 안전사고나 범죄, 위생상 유해 우려가 있는 빈집으로 판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번 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후 1년 뒤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시행 전까지 빈집정비계획 수립 기준, 빈집 등급 산정 기준, 빈집정비지원기구 구성 및 운영 방안 등을 담은 하위법령을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전한영 농촌정책국장은 "이번 특별법 제정이 농촌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쾌적한 정주 여건을 바탕으로 모두가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