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이석연, 이하 통합위)는 지난 4월 8일부터 5월 3일까지 26일간 진행한 '현장형 국민대화' 의제 발굴 공모 결과, 총 4,215건의 국민 제안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1,000건을 4배 이상 초과 달성한 수치로, 사회 갈등 완화와 통합을 향한 국민의 높은 관심과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공모 기간 동안 접수된 제안 중 2,801건은 통합위가 올해 4월에 처음 구축한 온라인 소통 플랫폼 '모두의 국민통합(www.cohesion.or.kr)'을 통해, 나머지 1,414건은 정부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수렴됐다. 통합위는 온라인 소통 외에도 '일상 속 갈등'을 주제로 3인 이상이 자율적으로 대화 모임을 진행하는 '100개의 국민대화'도 함께 추진했으며, 총 109개 팀(453명)이 참여해 신뢰 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안을 논의했다.
통합위는 이번 성과의 주요 원인으로 국민통합을 향한 적극적 참여 의지와 열망, 그리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적극적인 국민 소통을 꼽았다. 접수된 4,215건의 제안은 우리 사회 5대 갈등 분야인 정치·이념, 양극화, 지역, 세대, 젠더와 사회적 약자 전반에 걸쳐 제도 개혁부터 일상 밀착형 의제까지 폭넓게 분포했다.
세부 분야별로 보면 정치·이념 분야가 873건(21%)으로 가장 많았고, 양극화 802건(19%), 사회적 약자 770건(18%), 세대 731건(17%), 지역 546건(13%), 젠더 493건(12%) 순으로 집계됐다. 정치·이념 분야에서는 선거제도 개편과 협치 강화 같은 정치 구조 개편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 간 이념 갈등, 가짜뉴스와 알고리즘에 의한 정보 왜곡 등 일상 소통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두루 언급됐다.
양극화 분야에서는 전·월세 불안 등 주거비 문제, 사교육과 학자금 부담으로 인한 불평등한 출발선,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성, 의료비 부담 등 삶의 전 영역에 걸친 격차 문제가 제기됐다. 지역 분야에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 교육·의료·일자리 격차와 지방 소멸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고, 세대 분야에서는 직장 내 소통 방식 충돌, 가족 내 가치관 차이, 디지털 기술 격차 등이 논의됐다.
젠더 분야에서는 임금격차와 경력단절 등 제도적 불평등과 일상 속 성별 역할 분담 경험에 대한 제안이 많았으며, 사회적 약자 분야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한부모와 고립은둔청년 등 돌봄 사각지대, 고령층 디지털 소외, 다문화와 이주민 차별 문제가 폭넓게 담겼다.
통합위는 이번 의제 발굴 공모 결과 분석을 통해 국민이 생각하는 통합의 방향이 거대 담론보다는 일상의 현장에서 찾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앞으로 의제 선정 과정에서 정책·제도적 논의와 생활 밀착형 실천 방안까지 다양하게 다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석연 위원장은 "국민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뜻이 담긴 4천여 건의 제안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국민이 직접 제안하고 해법을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진정한 국민통합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위는 접수된 제안을 토대로 국민 선호도 조사와 국민패널 토론을 거쳐 최종 의제를 선정하고, 국민 대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국민제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소관 정부부처 등에 제안을 권고해 구체적인 제도 개선이나 법령 개정을 이끌어낼 계획이며, 상시적으로 '현장형 국민대화' 의제를 발굴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모두의 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분야별로 살펴본 주요 제안 내용을 보면, 정치·이념 분야에서는 가족 간 정치 의견 충돌 경험을 호소한 40대 남성의 사례가 눈에 띄었다. 대구에 사는 이 참여자는 "명절이나 가족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분위기가 경직되고, 특정 정당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부모·친척과 충돌이 잦았다"며 "갈등의 본질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의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편향된 정보 환경과 반복 노출이 갈등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하며, 중립적인 진행자와 함께 감정적 충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40대 남성은 가부장적 권위주의 가정환경에서 자라며 '다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탄핵 정국 이후 아버지와의 정치적 의견 차이를 극심하게 느꼈다는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립적인 의견을 올렸다가 집단 좌표찍기와 강제 탈퇴를 경험했다며 "정치 이야기는 오히려 사회적으로 장려되고 촉진돼야 하지만, 표현 방식은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존중과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분야에서는 울산 출신의 한 30대 여성이 지방 문화예술 격차 완화 정책을 제안했다. 공업도시에서 자라 문화생활에 접근하기 어려웠다는 그는 "연극과 뮤지컬을 처음 제대로 접한 것은 부산 대학 진학 이후였고, 예술로 생계를 꾸리려면 공연 소비가 집중된 서울이어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고 상경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울 소재 예술단체가 지방에서 1주에서 1개월간 장기공연을 할 경우 지원금을 확대하는 정책을 제안하며, 장기 체류를 통해 지역을 경험한 예술가들이 실제로 정착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대 분야에서는 10대 남성이 사회보험의 세대 간 공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처음 국민연금 고지서를 받았을 때 내가 낸 돈이 지금 당장 누군가의 노후를 위해 쓰인다는 사실이 낯설었다"며 "청년이 단순히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에서 공정한 기회를 가진 구성원으로 설계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젠더 분야에서는 공대 학부부터 대학원, 산업체까지 남초 환경을 경험한 20대 여성이 네트워크 문제를 호소했다. "연구 기회나 중요한 정보가 선후배 관계나 회식 자리 같은 비공식 경로에서 공유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문화에 자연스럽게 끼기가 어려웠다"며 "결국 중요한 기회와 정보가 비공식 네트워크에서 결정되는 문화가 줄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위는 이렇게 접수된 다양한 제안들을 바탕으로 향후 국민 선호도 조사와 패널 토론을 거쳐 최종 의제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직접 제안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현장형 국민대화'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