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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 AI 시대, 보험인이 시(詩)를 가까이 해야 할 이유

이경재 교수
이경재 교수

인공지능(AI)이 보험 산업의 많은 영역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고객 상담, 리스크 분석, 상품 설계까지도 알고리즘이 처리하는 시대에, 보험인은 무엇으로 차별화될 수 있을까? 바로 '언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간적인 언어, '시(詩)'가 보험인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보험은 숫자와 계약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본질은 사람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다. 고객의 불안과 기대, 삶의 궤적을 읽어내는 감수성이야말로 보험인의 핵심 역량이며, 그 감수성은 시를 통해 가장 깊이 있게 단련된다.

보험인 모두 시인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시를 '살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시인은 세상을 다르게 본다. 같은 풍경도, 같은 말도, 같은 표정도 시인의 눈에는 다르게 보인다. 보험인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시인의 시선이다.

고객의 말 너머의 마음을 읽고, 숫자 뒤에 숨은 삶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시인의 감각이며 보험인의 공감력이다. 시를 가까이하는 보험인은 단순한 상품 설명을 넘어, 고객의 삶에 맞춤형 언어를 건넬 수 있다. 그 언어는 계약을 넘어 신뢰를 만든다.

그렇다면 시에 문외한도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언어를 배우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기처럼 엄마의 말을 따라하며 자연스럽게 익히는 방식인데 이를 '자연 습득형 언어 학습'이라 해 두자. 다른 하나는 학교에서 문법과 구조를 배우는 '교실형 언어 학습'이다.

시도 마찬가지다. 시를 분석하고 해석하며 배우는 '교실형 시 학습' 방식이 있고, 시를 듣고 따라하며 감각적으로 익히는 '자연 습득형 시 학습' 방식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시를 어렵게 느끼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교실형 방식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어떤 유명 시인은 수능시험에 그 시인의 시가 출제되었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직접 풀어보았는데 5문제 중 2문제를 틀렸더란다. 교실형 방식은 이렇듯 시 학습도, 평가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아이가 말을 배우듯, 시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자주 시를 읽고, 소리 내어 낭송하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따라 써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시인이 될 수 있다. 시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반복과 친밀함 속에서 피어나는 감각이다.

보험인은 고객의 삶을 다룬다. 그 삶은 숫자나 통계로는 다 담을 수 없는데, 시는 그 빈틈을 채워준다. 예를 들어 고객의 가족 이야기를 들을 때 단순히 '자녀가 셋'이라는 정보보다 '세 갈래로 나뉜 사랑의 길'이라는 시적 표현은 더 깊은 공감을 만든다.

시를 가까이하면 언어가 달라진다. 말이 부드러워지고, 문장이 살아난다. 고객과의 대화가 계약을 위한 설명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시간이 된다. 그렇게 시는 보험인의 언어를 인간적으로, 창의적으로 만들어준다.

AI는 기술이다. 그러기에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보험인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며, 그 감동은 시적 언어에서 비롯된다. 시를 자주 접하고, 생활 속에서 시를 느끼고,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창의적인 보험 전문가를 만든다.

보험인은 시인이어야 한다. 고객은 보험인을 단순한 계약자가 아니라,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인다. 시를 쓰지 않아도, 시처럼 말하고, 시처럼 듣고, 시처럼 살아야 한다.

AI 시대에도 인간의 언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보험인은 시를 통해 인간적인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 시는 보험인의 감수성을 키우고, 창의성을 확장하며, 고객과의 관계를 깊게 만든다.

보험인은 모두 시인이 될 수 있다. 아이가 말을 배우듯, 생활 속에서 시를 자꾸 접하다 보면 어느새 시인의 눈과 귀를 갖게 되고, 그 눈과 귀는 보험을 넘어 사람을 이해하는 힘이 된다.

매일 아침 좋은 시 한 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 읽기 붐이 일어 조만간 모든 보험인이 시인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경재

전주대학교 금융보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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