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자동차 부품 제조 중견기업인 에스엘㈜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적발해 제재에 나섰다. 에스엘은 자동차용 램프, 전동화 부품, 미러 시스템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2020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약 3년간 금형 제조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여러 차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스엘은 40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328건의 금형 제조를 맡기면서 계약 내용을 적은 서면을 제때 발급하지 않았다.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한 뒤 최소 8일에서 길게는 605일이 지나서야 서면을 건넨 것이다. 금형은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 동일 규격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금속 재료로 만든 틀로, 제조 공정의 품질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이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제조를 위탁할 때 계약 내용과 대금 지급 방법 등 필수 사항을 적은 서면을 작업 시작 전까지 반드시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에스엘은 41개 수급사업자와 맺은 342건의 계약에서 목적물을 받은 날로부터 60일을 넘겨 하도급대금 잔액을 현금이나 어음으로 지급하면서, 초과 기간에 대한 지연이자와 어음 할인료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미지급된 금액은 지연이자 5억 965만 1천 원, 어음할인료 2억 1,924만 3천 원 등 총 7억 2,889만 4천 원에 달한다. 하도급법은 대금을 60일 이후에 지급할 경우 초과 기간에 대해 연 40% 이내의 이율로 이자를 지급하도록 하고, 어음으로 지급할 때는 만기일까지의 할인료를 함께 주도록 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에스엘의 서면 발급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재발 방지 명령과 함께 과징금 3,800만 원을 부과했다. 지연이자 및 어음할인료 미지급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에스엘이 해당 금액을 모두 자진해서 지급한 점을 고려해 경고 조치로 마무리했다.
이번 조치는 국가 핵심 뿌리산업인 금형 분야에서 여전히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계약서면 지연 발급과 하도급대금 지연 지급 문제를 바로잡은 데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하거나 대금 지연 지급에 따른 이자를 주지 않는 잘못된 관행을 엄중히 제재함으로써 앞으로 같은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에스엘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수급사업자를 선정할 때 바로 계약서면을 발급하고 하도급대금을 조기에 지급할 수 있도록 내부 절차를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금형 업계의 불공정 하도급 거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