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민원 처리를 '부득이하게' 미루는 일이 대폭 줄어들고, 정부 정보시스템이 멈춰도 국민은 불편을 겪지 않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5월 6일부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그동안 모호하게 규정돼 악용될 소지가 컸던 민원 처리 기간 연장 사유를 명확히 한 점이다. 그간 법령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만 민원 처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만 적혀 있었는데, 이 '부득이한 사유'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일선 공무원이 업무 과다나 담당자 지정 지연 등을 이유로 민원을 미루는 사례가 잦았다.
실제로 국민신문고에 접수되는 민원은 매년 평균 1,200만 건에 달하며, 이 중 약 160만 건(13%)이 처리 기간이 연장된다. 더 문제는 연장된 민원 중 약 39만 건(연장 건수의 24%)이 사유가 불분명한 '기타'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개정안은 앞으로 관계 기관 협조, 현장 사실 확인,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좁혔다. 단순히 담당자가 바쁘다는 이유로는 더 이상 처리를 늦출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울러 정보시스템 장애가 발생해도 민원 서비스가 끊기지 않도록 하는 대응 체계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정부 정보시스템 대규모 장애를 교훈 삼아, 앞으로는 장애 발생 즉시 민원실과 누리집을 통해 상황과 대체 접수 방법을 신속히 안내해야 한다. 특히 정보시스템 문제로 민원 처리가 지연되더라도 해당 기간은 처리 기간에 산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장애로 인해 억울하게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국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민원 서류의 사소한 오류로 인한 불편도 줄어든다. 이른바 '직권 보정(職權補正)' 제도가 도입돼, 민원 신청서에 오기나 누락이 있을 경우 공무원이 민원인의 동의를 얻어 직접 수정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사소한 실수 하나에도 민원인이 다시 서류를 준비해 제출해야 했던 불편이 컸는데, 특히 재외국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종 갈등 조정을 맡는 민원조정위원회의 전문성도 높인다. 건설이나 환경 등 전문 분야의 민원을 깊이 있게 검토할 수 있도록 위원회 내에 분과위원회를 새로 만들고, 위원장은 국장급 공무원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도 맡을 수 있도록 문호를 넓혔다. 형식적으로 운영되던 위원회의 중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한 변화다.
행정안전부 김민재 차관은 "이번 개정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서 민원 처리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기간 연장을 막고, 시스템 장애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행정 편의를 제공해 국민이 체감하는 만족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