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로 “비이성적 과열 — 벼락부자 신기루”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시장에서 2500조~3000조원으로 거론된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밑돌고 있으니 지구상 제일 잘 나가는 자동차 회사보다 우주를 향한 기업의 미래가치가 훨씬 높게 평가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한때 5000조~6000조원을 오르내렸다. 한 기업이 우리나라 연간 예산의 10배에 이를 만큼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으니 깜짝 놀라곤 한다.
한 달 가처분 소득이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숫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수십 년간 종합주가지수 3000포인트를 밑돌았던 한국 증시는 지난해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더니 어느새 6000 고지를 돌파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인데다 가파른 상승 속도는 빛과 같다. 미국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잠시 조정을 거치고는 있지만, 오랜 기간 답보상태였던 과거와 비교해 보면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고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주가 상승으로 ‘벼락부자’도 크게 늘고 있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머니무브(자금이동)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돈이 돈을 버는 고액 투자자들에게선 즐거운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투자자가 급증할수록 증권업계의 수수료 수입 또한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성과급을 한 몫씩 챙기는 증권맨들의 지갑은 두둑하고, 여기저기 대박 투자 사례가 회자된다. 객장에서 붉은 네온사인을 만끽하던 아날로그 시대는 지났어도 분위기만큼은 붉은 수수밭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잔칫집처럼 붉게 타오른다.
돈 버는 얘기가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다 보니, 다시 만나기 어려운 골든타임에 나만 소외되고 있는건 아닌지, 남들은 부자가 돼 가고 있는데 나만 ‘벼락거지’가 되는 건 아닌지 한숨짓는 소리도 커지고 있다.
‘놓치는 것에 대한 공포’쯤으로 읽히는 일명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 기승을 부린다. 이 말은 마케팅 전문가 댄 허먼(Dan Herman)이 ‘한정된 자원을 놓칠까 두려워하는 소비자 심리’를 연구하며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주로 ‘한정판’, ‘마감 임박’ 같은 마케팅 기법의 효과를 설명하는 용어였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하나를 고르면 다른 것을 놓칠까 불안해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묘사하는 말로 대중화되어 왔다.
과거에는 남이 얼마를 벌었는지 알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SNS나 커뮤니티를 통해 타인의 투자 수익이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지금 이 급등열차에 올라타지 않으면 나만 영원히 낙오될 것 같다”는 실존적 공포가 탐욕을 정당화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미디어에서 즐겨 다루는 유명인사의 호화로운 여행, 연예인들의 고가 부동산 매매 등을 매일 목격하면서,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실패’로 규정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는 무리한 레버리지(영끌)를 일으켜서라도 타인의 삶을 모방하려는 비이성적 선택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열심히 일해서는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리면서, FOMO는 단순한 심리 현상을 넘어 생존 전략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합리적 분석보다 감정적 쏠림에 의한 시장 참여가 늘어나는 이유다. 사람들은 이 숫자를 보며 설렘보다 ‘불안’을 먼저 느끼며, “나만 이 기차를 놓친 건 아닌가?”라는 FOMO의 습격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이 저서 ‘팩트풀니스(Factfulness)’에서 다뤘던 인간의 극적인 본능, 즉 ‘직선 본능’이나 ‘공포 본능’, ‘다급함 본능’이 결합되어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 놓게 된다. “어제 올랐으니 내일도 오를 것이다”,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 “지금 아니면 끝장”이라는 본능 말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가 경고한 것처럼, 비이성적 과열은 가장 견고한 투자 원칙조차 한순간에 모래성으로 만든다. 실러가 말한 ‘과열’의 끝이 ‘재앙’인 이유는 우리가 본능의 소음에 귀를 내어주고 사실의 목소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미국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지금은 전쟁과 휴전, 종전협상을 반복하고 있다. 개별 종목을 보고 투자하기에는 너무 큰 외생변수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으며, 아니나 다를까 연일 외국인들이 던지는 상당량의 주식을 개미들이 받아내 왔다.
정보의 비대칭이 극도로 심화된 가운데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 협상테이블에서 새어나오는 각종 루머에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급등락을 반복하는데,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절대적 국가 위기 상황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그러한 위기에서 비켜서 있는가. 우리의 가계와 식탁은 전쟁과 무관하게 일상을 보낼 여유를 갖고 있는가. FOMO가 짓누르는 본능적 선택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것인가.
비이성적 탐욕의 끝은 언제나 쓰라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기차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내 손목의 시계(원칙)를 확인하는 용기다.
한스 로슬링이 팩트풀니스에서 얘기하는 데이터와 통계에 기반해서 미래를 설계할 때, 그나마 투자위험을 줄이며 부자를 꿈꾸는 희망열차에 올라탈 수 있지 않을까.
박치수
청주대학교 교수
前 교보생명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