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 사고를 둘러싼 보험사 간 법적 분쟁이 법원에서 원고 패소로 마무리됐다. 2024년 2월 전남 곡성군 호남고속도로에서 빗길 사고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정차한 차량을 후속 차량이 충격한 사건을 두고, 피해 차량 보험사가 선행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고 후 정차 상태 자체보다 그 정차가 운전 부주의에서 비롯됐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 판단했다.
법원은 경찰 조사 기록에 피고 차량의 주의 의무 위반이 명시돼 있더라도, 제3차량의 급격한 차로 변경 시점에서의 구체적 거리나 속도, 방향 지시등 작동 여부 등 핵심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고 차량이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미끄러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단순히 도로에 정차했다는 결과만으로는 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리적으로는 과실의 입증 책임이 청구 측에 있다는 민사소송의 기본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 사례다.
이번 판결은 보험사들이 사고 처리 과정에서 책임 판단의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재정립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한 사고 양상이나 현장의 위험성만으로는 보험금 청구의 정당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며, 사고 발생의 직접 원인에 대한 입증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특히 연쇄 충돌과 같은 복합 상황에서 보험사의 구상금 청구 성공 여부는 사고 초기 단계의 증거 수집 능력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향후 유사 사건의 법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고 현장의 정지 상태나 피해 규모에 치우치기보다, 전방 차량의 행동이 불가피했는지, 제3자의 개입 여부는 무엇이었는지 등 입체적인 분석 체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에게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증거 확보와 목격자 정보 수집의 중요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