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허장 재정경제부 제2차관은 지난 4월 28일과 29일 이틀간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블랙록, 노던트러스트, 스테이트스트리트, 아문디 등 주요 글로벌 투자기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고,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 등 현지 금융시장 협회와 함께 투자자 설명회를 열었다.
이번 출장은 외국인 증권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소통과 의견 수렴 과정의 일환이다. 정부는 최근 외환·자본시장 선진화 정책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왔으며, 이 자리에서 그간의 성과와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직접 설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관계 기관이 함께 참여해 외환시장 운영, 통합계좌, 결제촉진대금 등 주식거래와 결제 관련 제도 개선 사항을 상세히 소개했다.
허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 경제가 반도체 등 주력 산업 호조와 함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7% 성장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회복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자본시장이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등 새로운 투자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투자·환전·결제 편의를 속도감 있게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시장의 접근성과 운영 효율성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만큼,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해 투자와 협력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관계 기관들은 해외 투자자들이 그간 제기해 온 애로사항에 대한 보완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안내했다. 첫 번째는 외환시장 선진화 과제다. 당초 올해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이 6월 말로 앞당겨져 시범 거래에 들어간다. 글로벌 외환시장 운영 관행에 맞춰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중단 없이 운영되며, 미국 윈터타임(11월 초~3월 초) 기간에는 월요일 오전 7시부터 토요일 오전 7시까지 운영된다. 또 2027년 본운영을 목표로 하는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도 차질 없이 추진 중이다. 오는 6월부터 한국은행의 IT 시스템 테스트가 시작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증권 결제 구조의 글로벌 스탠다드화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전문(Computer to Computer Facility) 시스템 개편을 완료하면서 지난 4월 27일부터 옴니버스 계좌 기반의 증권 결제 구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옴니버스 계좌는 여러 투자자의 자산을 하나의 계좌에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명목계좌(Special Nominee Account)를 이용할 때 기존에는 펀드별로 개별적으로 요구되던 실명확인과 고객확인(KYC) 절차를 글로벌 수탁은행 명의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계좌 개설 관련 서류 제출 부담이 크게 줄었다.
세 번째는 외국계 증권사의 유동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제촉진대금 경감 방안이다. 결제촉진대금은 증권사나 은행이 증권을 먼저 받기 위해 예탁결제원에 맡기는 현금 담보금을 말한다. 올해 들어 주식 거래 규모가 늘면서 결제촉진대금 수요도 함께 커져, 자금 조달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에 따라 결제 업무 처리 단위를 기존 50억 원 단위에서 10억 원 단위로 낮추고(4월 27일 시행), 주식 기관결제 운영 개시 시각을 오전 9시에서 오전 7시로 앞당겼다(3월 30일 시행). 이를 통해 결제촉진대금 납부 부담이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네 번째는 시장경보종목에 대한 위탁증거금 제도 합리화다. 그동안 투자경고종목이나 투자위험종목 등 시장경보종목으로 지정되면 100% 위탁증거금이 부과돼, 시차 문제로 해외 투자자가 자금 조달이나 환전에 적시에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정부는 시장경보종목에 대한 위탁증거금 징수 의무를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5월 시행을 목표로 지난 4월 23일 한국거래소 규정 개정 예고가 완료된 상태다.
해외 투자자와 금융기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렸다. 투자자 의견을 신속하게 반영해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마련한 한국 정부의 문제 해결력을 긍정적으로 봤다. 특히 관계 기관들이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점을 높이 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추가 조치들이 국내 주식 투자 시 계좌 개설과 결제 자금 조달 관련 부담을 크게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한국 정부의 제도 개선이 투자자, 수탁기관, 중개회사 등 금융시장 생태계 전반에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업계에서도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허 차관은 외환·자본시장 선진화 과제의 실질적 성과는 제도 개선이 시장에 안착하고 투자자들이 변화를 체감하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긴밀한 의견 교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외환·자본시장 관련 기관 합동으로 정례적인 화상회의와 질의응답(FAQ) 배포 등을 통해 해외 투자자가 투자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신속히 해소하고, 외환·자본시장의 글로벌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