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가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양국은 콘덴세이트, 액화천연가스(LNG), 핵심광물 등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김정관 장관이 4월 30일 서울에서 방한 중인 페니 웡 호주 외교통상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중동전쟁 이후 고조된 공급망 불안정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한-호주 에너지자원 안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한국과 호주가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구축해 온 긴밀하고 상호보완적인 파트너십을 재확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주는 한국의 최대 LNG 공급국으로, 올해 기준 전체 LNG 수입의 31.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생산에 필수적인 콘덴세이트의 주요 공급국이기도 하다. 반대로 한국은 호주의 제1위 석유 제품 공급국으로, 전체 시장의 29.1%를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양국은 호주의 자원과 한국의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교환하며 상호보완적인 경제 구조를 유지해 왔다.
공동성명은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호주의 산업과학자원부, 외교통상부, 기후변화·에너지·환경·수자원부 등 양국 5개 관계부처가 함께 마련했다. 이번 성명은 중동전쟁 발발 이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양국이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협력 의지를 대외에 공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장관은 면담에서 "중동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안 속에서 호주산 콘덴세이트 등 원유가 우리 석유화학 산업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호주는 매우 안정적인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호주의 안정적인 내수 천연가스 공급은 유지하면서도 한국으로의 LNG 물량은 차질없이 수출될 수 있도록 호주 측에 당부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 장관은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원 부국이자 우리 기업의 주요 투자국인 호주와 미래 첨단산업의 필수 자원인 핵심광물 분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호주는 리튬 생산 세계 1위, 희토류·코발트 4위, 니켈 6위 등 광물 자원이 풍부한 국가다. 한국은 광물자원 수입에서 호주가 1위(36%)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양국은 호주 정부가 추진 중인 핵심광물 전략비축제도에 대해서도 논의를 심화하기로 했다. 호주는 주요 핵심광물을 대상으로 외국 기업·정부 등과 오프테이크 계약(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비축제도를 2026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 제도가 공급국과 수요국 모두에 안정적인 생산 기반이자 수급선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번 공동성명 발표가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호주 에너지자원 협력위원회' 등 고위급 채널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 협력위원회는 1980년부터 개최되어 온 양국 간 실장급 협의체로, 에너지자원 분야의 공식적인 협력 창구 역할을 해왔다. 앞으로 원유, LNG, 콘덴세이트 및 핵심광물 등 주요 협력 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에너지자원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해 지역 협력을 심화하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며, 부당한 수출입 제한에 대응하고, 에너지자원과 액체 연료에 대한 개방적인 무역 체제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특히 태평양 도서국가들의 에너지자원 안보 취약성을 인식하고, 이들의 경제 번영과 안정을 위한 에너지 공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양국은 경유와 기타 액체 연료, LNG, 콘덴세이트 등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잠재적 공급 중단에 대해 가능한 한 사전 통보와 협의를 하기로 했다. 또한 지역 파트너들에게 글로벌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개방적으로 유지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공동성명은 중동전쟁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한국과 호주가 전략적 동반자로서 확고한 협력 의지를 대외에 천명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양국 간 에너지자원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