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영양 관리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영양 섭취가 부족하면 항암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치료 효과 저하와 삶의 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과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고소애'로 불리는 갈색거저리 애벌레가 항암 환자의 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임상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췌담도암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8주간 '고소애' 음료를 제공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고소애'를 섭취한 환자군에서는 장내 유익균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반면, 유해균 비율은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익균인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 문(門)은 5.36% 증가했고, 식이섬유 분해에 도움을 주는 프레보텔라(Prevotella) 속(屬)은 6.06% 증가했다. 반면 유해균인 피르미쿠테스(Firmicutes) 문은 12.68% 줄었고,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ales) 목(目)은 12.00% 감소했다. 대조군에서는 반대로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는 '고소애'의 장기 복용이 항암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개선한다는 사실을 임상적으로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서 농촌진흥청은 수술 후 환자에게 '고소애' 분말을 섭취시킨 임상시험에서 면역력과 영양지표 개선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이번 결과가 더해지면서 '고소애'는 단순한 식품 소재를 넘어 특수의료용도식품(메디 푸드) 개발을 위한 고부가가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 박준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소애' 장기 복용이 항암 환자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개선한다는 것을 임상적으로 증명한 것”이라며 “'고소애'를 활용한 프로바이오틱스 개발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 산업곤충과 박홍현 과장은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고소애' 활용 범위를 특수의료용도식품 소재 등으로 확대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식용곤충 기능성을 의학적으로 입증해 식용곤충산업 활성화와 곤충 농가 소득원 창출 등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진은 '고소애'의 장내 미생물 개선 효과가 갈색거저리에 포함된 다당체와 외피 성분인 키틴·키토산이 프리바이오틱(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 효과를 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항암 환자 맞춤형 식품 개발은 물론, 일반인의 장 건강 개선을 위한 식품 소재로도 활용될 가능성을 열어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