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국내 대표 밀 품종의 엽록체 유전체 정보를 해독해 밀의 진화 과정과 모계 기원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식물 분야 국제학술지(BMC Plant Biology)에 게재되었으며, 밀 속 식물의 분류학적 연구와 우량 품종 선발에 필수적인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밀은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야생 밀 조상이 오랜 시간 자연 교배를 통해 만들어진 작물이다. 학계에서는 이들 조상 계통을 A, B, D 유전체로 구분하는데, A와 B 유전체를 가진 야생 밀이 먼저 교배해 파스타용 밀인 4배체가 생기고, 이후 D 유전체를 가진 야생종이 더해져 오늘날의 6배체 밀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국내 대표 품종인 '금강', '새금강', '올그루'의 엽록체 유전체 정보를 완전히 해독했다. 이어 밀 속(Triticum)과 야생 근연종을 포함한 에길롭스 속(Aegilops) 20자원의 엽록체 유전체를 비교 분석해 표기된 유전자와 누락 정보를 바로잡고, 표준화된 유전자 모형을 정비했다.
분석 결과, B 유전체를 가진 에길롭스 스펠토이데스(Aegilops speltoides)의 엽록체 유전자 패턴이 밀과 높은 유사성을 보여, 이 종이 다배체 밀의 모계 공여자임을 재확인했다. 또 D 유전체를 제공한 에길롭스 타우쉬(A. tauschii)의 엽록체는 A, B 유전체 계통과 뚜렷이 구분돼, D 유전체의 엽록체 기원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을 입증했다.
식물 세포 안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체는 별도의 유전물질을 지니고 있으며, 대체로 모계를 통해 후대로 전달된다. 따라서 엽록체를 분석하면 과거 어떤 식물이 모계 역할을 했는지 추적할 수 있으며, 이는 밀의 복잡한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농촌진흥청 디지털육종지원과 권수진 과장은 "이번 연구는 엽록체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그동안 다소 불분명했던 밀의 진화 과정과 모계 기원을 더 명확하게 밝힌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밀 엽록체 유전자와 진화 정보를 바탕으로 환경 적응성이 뛰어나고 품질이 우수한 밀 품종 선발 기술개발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연구의 세부 성과로는 먼저 밀의 모계 진화 계통이 명확히 구명됐다. 계통수 및 단일염기다형성(SNP) 분석 결과, B 유전체를 보유한 분류군이 '에길롭스 스펠토이데스'와 함께 묶여 이 종이 다배체 밀의 모계 공여자임이 재확인됐다. 또한 D 유전체의 독자적 기원이 확인됐는데, D 유전체 제공자인 '에길롭스 타우쉬'의 엽록체가 기존 A나 B 유전체 계통과 뚜렷이 구분되며 '에길롭스 무티카'와 군집을 형성해 D 유전체의 엽록체 기원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음이 입증됐다.
향후 변이가 심한 엽록체 특이적 영역(trnK-rps16, rpl32-trnL 등)은 우량 품종 선발이나 종 판별을 위한 분자표지 개발에 적극 활용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 정립된 고품질 엽록체 유전체 주석 데이터와 진화 모델은 밀 속 식물의 분류학적 연구에 필수적인 참조 자료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내 밀 품종의 엽록체 유전체 정보를 완전히 해독하고, 국제적으로 공개된 자료를 포함해 총 15종, 20개의 밀·에길롭스 엽록체 유전체 비교 데이터 세트를 구축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 주요 밀 품종인 '금강밀', '새금강', '올그루'의 유전체를 고해상도로 조립해 유전자 구성을 밝혀냄으로써, 앞으로 환경 적응성과 품질이 뛰어난 밀 품종 육종 연구의 기반을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