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연중 생산 체계 구축, '바이오산업' 한 축으로 키운다

정부가 전통 양잠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고부가가치 바이오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4월 29일 '전용 사료 기반 누에 스마트 생산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연중 안정적인 누에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국내 양잠산업은 그동안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농촌 고령화로 인력이 부족해졌고, 뽕나무 재배 면적은 1990년 1만 3300헥타르에서 2024년 208헥타르로 급감했다. 또한 뽕잎 수확이 가능한 계절에만 누에를 키울 수 있어 생산량이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양잠 농가 수는 2018년 611호에서 2024년 393호로 38% 감소했다. 반면 호당 사육량은 같은 기간 16.8상자에서 22.8상자로 늘어나 전업화·규모화 추세가 뚜렷하다.

이런 가운데 누에로 만든 홍잠이 치매 예방, 지방간 개선, 면역력 증진 등 다양한 효능을 인정받으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생산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스마트 생산시스템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육 자동화 장치, 전용 사료, 맞춤 품종 등 세 가지 핵심 기술을 하나로 묶었다.

첫 번째 기술은 '누에 사육 자동화 장치'다. 이 장치는 사육상자 자동 공급, 전용 사료 자동 급이, 사육 부산물 자동 제거 등 세 가지 기능으로 구성된다. 기존에는 하루에도 여러 번 뽕잎을 수확하고, 누에에게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등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해야 했다. 자동화 장치를 도입하면 이런 반복 작업을 기계가 대신 처리해 준다. 장치 크기는 길이 14.5미터, 폭 3.34미터로 48제곱미터 면적에 불과하다. 이 공간에서 2주에 한 번씩 연간 20회 사육해 생누에 12톤을 생산할 수 있다. 이를 홍잠으로 가공하면 연간 2.4톤 정도다. 같은 양의 홍잠을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려면 축구장 4개 반 크기인 3만 3000제곱미터의 뽕밭과 중형 비닐온실 2동 규모인 660제곱미터의 사육실이 필요했다. 자동화 장치는 이 공간의 1%도 안 되는 면적에서 같은 생산량을 실현한다.

두 번째 기술은 '큰누에 전용 사료'다. 자동화 장치를 연중 가동하려면 사계절 내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료가 필수다. 하지만 뽕잎은 계절에 따라 수확량이 크게 달라지고, 사료용 뽕나무 재배 면적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전용 사료는 뽕잎 분말을 기반으로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염류, 아미노산 등을 누에의 성장 단계에 맞춰 최적으로 배합한 것이다. 이 사료로 키운 누에는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와 비교해 익은누에 무게 등 주요 형질에서 비슷하거나 오히려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동등한 수준임을 확인해 홍잠 원료로서의 적합성을 입증했다. 전용 사료는 자동화 장치와 함께 사용할 수도 있고, 장치 없이 따로 활용할 수도 있어 농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세 번째 기술은 '전용 사료 맞춤 누에 품종'이다. 자동화 장치와 전용 사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용 사료를 잘 먹고, 기계 사육 환경에 잘 적응하는 품종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은 전용 사료 섭식이 우수한 계통 10종을 선발·육성했고, 이 중 사육 기간이 기존 품종보다 약 3일 짧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시험품종 1종을 선발했다. 사육 기간이 짧아지면 연간 사육 횟수를 늘릴 수 있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지면 건강기능식품 원료로서 품질이 좋아진다. 이 품종은 올해 개발을 완료해 2027년 누에씨 증식을 거쳐 2028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이번 시스템 개발에는 국내 미활용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현재 국내에서 연간 754톤의 뽕잎이 수확되지 않고 버려지고 있다. 이 미수확 뽕잎을 활용하면 전용 사료 3114톤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누에 519톤을 더 생산할 수 있다. 이는 2024년 홍잠 생산량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만약 국산 뽕잎만으로 수급이 부족할 경우, 베트남 코피아(KOPIA) 센터와 연계해 가공 뽕잎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노동력이 많이 드는 세척 공정 자동화 장비 등 스마트 생산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추가 연구도 진행 중이다. 사육 자동화 장치는 2027년 현장실증을 거쳐 2028년 신기술 시범사업으로 현장 보급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시제품 기준 시스템 구축 비용은 약 3억 5000만 원 수준으로, 앞으로 보급형 모델 개발과 농업기계 등록을 통한 정책자금 연계로 농가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전용 사료의 공급과 유통은 민관 협력 체계로 해결할 계획이다. 연구기관은 사료 제조 기술 개발과 품질 표준화를 담당하고, 민간 및 관련 단체는 대량 생산과 유통을 맡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성제훈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자동화 장치, 전용 사료, 맞춤 품종은 각각 독립된 기술이 아니라 '전용 사료 기반 누에 스마트 생산시스템'으로 연결되는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전통 양잠산업을 첨단 바이오산업으로 전환하고 청년 농업인도 참여할 수 있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홍잠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시스템 1개소당 연간 홍잠 2.4톤을 생산할 수 있고, 단계적 보급을 통해 전체 생산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다. 홍잠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효과, 지방간 개선 효과, 면역력 증진 효과 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기능성 소재다. 지방간 개선과 관련해서는 홍잠을 섭취한 비만 쥐의 간 중성지질이 56% 감소했고, 임상시험에서도 12주간 매일 1.2그램을 섭취한 성인의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면역력 증진과 관련해서는 홍잠 초임계추출물이 자연살해세포(NK세포)의 증식을 촉진하고 암세포 탐지 능력을 36% 높이며 암세포 제거 능력을 3배 증가시키는 효과도 입증됐다.

전통적인 뽕잎 의존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 생산시스템을 갖추면 연중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해져 산업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생산 자동화와 전용 사료를 통한 표준화된 품질의 누에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어 기능성 식품 소재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년 농업인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 노동집약적인 양잠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인력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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