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4월 28일부터 오는 9월 4일까지 제주 중산간 지역의 초지에서 제주흑우 번식우 30마리를 방목한다고 밝혔다. 방목은 해발 500~800m에 위치한 난지축산연구센터 방목지에서 진행되며, 총 55헥타르(ha) 규모의 초지 8개 구역을 순환하며 운영된다.
이번 방목의 주된 목적은 제주흑우 번식우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방목 기간 동안 소의 활동량, 체형 상태, 발정 행동, 보행 상태 등을 세심하게 관찰할 예정이다. 특히 활동량 변화는 발정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며, 발정기에는 반추(되새김질) 행동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 더욱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초지 방목은 소가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풀을 뜯는 전통적인 사육 방식이다. 충분한 걷기와 활동은 적정 체형 유지와 발굽 건강에 도움을 주며, 자연스러운 환경에서의 생활은 스트레스를 줄여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 또한 초지의 풀은 수분,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고 되새김질 기능을 촉진해 영양 균형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난지축산연구센터 김남영 센터장은 "제주흑우 특성에 맞는 방목 관리 자료를 축적해 건강한 개체 관리와 안정적인 증식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제주흑우는 우리나라 고유 재래 소로, 전신의 털이 검은색이며 체구는 작지만 체질이 강건하고 지구력이 뛰어나다. 다른 품종과 교배되지 않고 동종 번식으로 사육되어 한우, 칡소, 교잡우와 구별되는 독자적인 혈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현재 제주도 내에서는 흑한우를 포함한 제주흑우가 약 1,593두(2025년 기준) 사육되고 있으며, 연간 200~300여 두가 도축된다. 원종(순수 혈통)은 501두로, 축산생명연구원 248두, 농가 193두, 난지축산연구센터 39두, 서귀포축협 21두가 각각 보유 중이다.
제주흑우의 기원은 유럽 원우와 인도 원우의 혼혈종으로, 중국과 몽골을 거쳐 한반도에 유입된 후 다른 품종과의 교배 없이 동종 번식을 통해 정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부터 제주 지역에서 사육된 기록이 있으며, 조선왕조실록, 탐라순력도, 탐라기년 등 여러 고문헌에 제향 및 진상품으로 공출된 내용이 전해진다. 다만 일제강점기인 1924년에는 암소 125두와 수소 50두가 일본으로 수탈된 데 이어 1925년과 1928년에도 추가 수탈이 발생했고, 일본이 자국의 '미시마소'와 교배하면서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는 아픔을 겪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방목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 지역 여건에 맞는 번식우 관리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제주흑우의 안정적인 사육과 증식, 보존 기반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