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4년 가계생산위성계정'에 따르면, 음식 준비와 청소, 육아 등 가정에서 이뤄지는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582조 4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485조 5000억원)보다 20%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25.3%)보다는 낮았다.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8%로, 2019년(23.8%)보다 1.0%포인트 줄었다.
가계생산위성계정은 국민계정에 포함되지 않는 가계 내 생산활동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평가하는 통계다. 소득통계(GDP)에 잡히지 않는 음식 준비, 청소, 돌보기 등의 무급 노동을 시장 임금으로 환산해 국가 경제활동의 실질 규모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작성된다. 이번 조사는 만 15세 이상 일반가구원을 대상으로 생활시간조사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등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무급 가사노동의 총산출은 809조 4000억원으로 5년 전보다 24.3% 늘었고, 중간소비(190조 3000억원)를 뺀 부가가치는 619조 1000억원으로 21.0% 증가했다. 부가가치 중에서도 피용자보수, 즉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582조 4000억원으로 20.0% 증가했으며, 고정자본소모(냉장고·세탁기 등 내구재 소모분)는 36조 7000억원으로 41.3% 늘었다.
1인당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1125만원으로 5년 전보다 20.0% 증가했다. 남성은 605만원, 여성은 1646만원으로 여성이 남성의 2.7배에 달했지만, 증가율은 남성(35.7%)이 여성(14.9%)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1인 가구 증가와 남성의 가사 참여 확대 등 사회적 변화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행동 분류별로 보면 가정관리 영역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459조 5000억원으로 전체의 78.9%를 차지해 가장 컸다.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는 113조 6000억원(19.5%), 자원봉사 및 참여활동은 9조 3000억원(1.6%) 순이었다. 가정관리 중에서는 음식 준비(192조 1000억원)가 33.0%로 가장大きな 비중을 차지했고, 청소 및 정리(89조 6000억원, 15.4%), 상품 및 서비스 구입(57조 2000억원, 9.8%) 등이 뒤를 이었다.
가정관리의 세부 항목별 증가율을 보면 반려동물 및 식물 돌보기가 60.4%로 가장 높았고, 청소 및 정리(30.2%), 음식 준비(27.0%) 순이었다. 반면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는 0.7% 증가에 그쳤는데, 특히 미성년자 돌보기는 1.8% 감소한 반면 성인 돌보기는 20.8% 증가했다. 이는 저출산으로 미성년 자녀 수는 줄고 고령화로 노인 돌봄 수요는 늘어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한다.
성별로 보면 여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425조 8000억원으로 전체의 73.1%를 차지했고, 남성은 156조 6000억원(26.9%)이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의 비중이 23.8%에서 26.9%로 3.1%포인트 늘었고, 여성의 비중은 76.2%에서 73.1%로 줄었다.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 증가율(35.3%)이 여성(15.2%)의 두 배를 넘은 데 따른 결과다.
가구원수별로 보면 3인 가구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166조 1000억원(28.5%)으로 가장 많았고, 4인 가구 147조 4000억원(25.3%), 2인 가구 136조 7000억원(23.5%), 1인 가구 78조 9000억원(13.6%), 5인 이상 가구 53조 3000억원(9.1%) 순이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인 가구(66.2%)와 2인 가구(40.9%)의 증가율이 높았고, 4인 가구(1.6%)는 소폭 증가, 5인 이상 가구(-11.3%)는 오히려 감소했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비중이 각각 3.8%포인트, 3.5%포인트 늘어난 반면 4인 가구와 5인 이상 가구의 비중은 각각 4.6%포인트, 3.2%포인트 감소했다.
취업 여부별로 보면 비취업자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297조 4000억원(51.1%)으로 취업자(284조 9000억원, 48.9%)보다 많았다. 그러나 증가율은 취업자(25.4%)가 비취업자(15.1%)를 웃돌았다. 취업 남성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32.7%, 취업 여성은 21.7% 증가했고, 비취업 남성은 40.6%, 비취업 여성은 10.8% 증가했다. 특히 비취업 여성의 비중은 45.4%에서 41.9%로 3.5%포인트 줄어든 반면, 비취업 남성의 비중은 7.8%에서 9.1%로 늘었다.
혼인 상태별로는 기혼(배우자 있음·사별·이혼 포함)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511조 8000억원으로 전체의 87.9%를 차지했고, 미혼은 70조 6000억원(12.1%)이었다. 증가율은 미혼(56.0%)이 기혼(16.3%)보다 훨씬 높았다. 미혼 남성(68.7%)과 미혼 여성(47.2%) 모두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기혼 남성(28.9%)과 기혼 여성(12.7%)도 증가했다. 미혼의 비중은 9.3%에서 12.1%로 2.8%포인트 늘었다.
혼인 상태와 취업 여부를 함께 분석한 결과, 기혼 비취업자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266조 5000억원(45.8%)으로 가장 높았고, 기혼 취업자(245조 3000억원, 42.1%), 미혼 취업자(39조 7000억원, 6.8%), 미혼 비취업자(30조 9000억원, 5.3%) 순이었다. 기혼 비취업자의 비중은 48.8%에서 45.8%로 3.0%포인트 줄어든 반면, 미혼 취업자의 비중은 4.9%에서 6.8%로 1.9%포인트 늘었다.
지역별로는 경기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가 160조 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102조 2000억원), 부산(38조원) 순이었다. 증가율은 세종(42.3%), 제주(28.9%), 충남(27.8%) 순으로 높았고, 경기도 25.9%로 전체 평균(20.0%)을 웃돌았다. 반면 충북(8.8%), 서울(12.6%), 대전(12.4%) 등은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 방법으로 시장대체비용법 중 전문가대체법을 적용했다. 이는 가사노동 활동별로 유사한 직종의 시장 평균 임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모든 가사노동을 단일 직종(가사도우미)으로 보는 종합대체법으로 평가할 경우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544조 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번 가계생산위성계정 결과를 돌봄 정책, 일·가정 양립 지원, 고령화 대응 등 관련 정책 수립과 평가의 근거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무급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함으로써, 경력 인정이나 조부모 육아수당 도입 등 정책 개발 시 기초 데이터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