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코딩을 대신하고 보고서를 쓰는 시대, 기술의 유통기한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장 전문가들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일의 기본기'가 더 중요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력, 동료와 협업하는 소통 능력,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하는 태도, 그리고 생존 역량이 된 디지털 리터러시까지. 이러한 기본기를 갖춘 인재가 급변하는 노동시장에서 중심을 잡고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20년 만에 관련 제도의 틀을 완전히 새로 짜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존 '직업기초능력'이라는 명칭을 '직업공통능력'으로 바꾸고, 미래 핵심 역량을 포함한 7개 영역으로 전면 개편한다고 28일 밝혔다. 직업공통능력이란 의사소통, 수리능력, 문제해결능력 등 직무와 관계없이 모든 직업인이 공통으로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말한다.
직업능력은 크게 ▲직무 특화능력(NCS) ▲직업공통능력 ▲일반기초역량 세 분야로 구성된다. 이 중 NCS와 직업공통능력은 산업현장과 교육·훈련 분야에서 인적 자원 개발의 핵심 지표로 널리 활용돼 왔다. 2003년 도입된 직업공통능력은 최근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지만, 20여 년간 개편이 이뤄지지 않아 최신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개편의 가장 큰 변화는 명칭 변경이다. '직업기초능력'이라는 표현이 '기초학력 수준'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모든 직업인이 갖춰야 할 범용적 핵심 역량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직업공통능력'으로 바꿨다. 아울러 기존 10개 영역, 34개 하위능력을 7개 영역, 21개 하위능력으로 재구조화했다. 노동시장 변화에 따라 활용도가 낮아진 항목은 과감히 폐지하고, AI 활용능력, 디지털책임의식, 산업안전보건의식 등 미래 핵심 영역을 신설해 현장성을 대폭 강화했다.
개편된 7개 영역은 ▲의사소통능력 ▲수리능력 ▲디지털능력 ▲문제해결능력 ▲직업윤리 ▲경력개발능력 ▲협업능력이다. 각 영역은 다시 3개씩의 하위능력으로 세분화된다. 예를 들어 디지털능력 영역에는 디지털활용능력, AI활용능력, 디지털책임의식이 포함됐고, 직업윤리 영역에는 근로윤리, 직장공동체의식, 산업안전보건의식이 포함됐다.
정부는 개편된 제도에 맞춰 현장 중심의 학습 콘텐츠도 대대적으로 확충한다. 그간 학교, 훈련기관, 기업 등에서 요구해 온 실무 위주의 콘텐츠 수요를 반영해, 교수자용 가이드와 학습자용 워크북을 연내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학습할 수 있는 동영상 강좌도 개발해, 한국기술교육대학교의 공공 온라인 직업훈련 플랫폼인 STEP(step.or.kr)을 통해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다.
편도인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AI 시대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끝까지 해결해 나가는 '직업공통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개편을 통해 마련된 표준 체계와 관련 콘텐츠를 신속히 보급해, 구직자들이 자신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고 실제 취업 현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직업공통능력은 현재 중·고등직업교육, 직업훈련, 자격, 기업의 채용과 교육, 인사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직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공통능력 역량 평가가 실시되고 있으며, 훈련 분야에서는 과정평가형 훈련의 경우 전체 훈련시간의 3~10% 내에서 의무 편성된다. 일학습병행 훈련에서는 전체 훈련시간의 10% 내에서 자율적 편성이 가능하다. 공공기관은 2015년부터 직업공통능력 중심의 채용평가 방식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