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유가 장기화에 대비해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혼잡을 완화하는 종합대책을 내놨다. 중동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대중교통을 찾는 시민이 늘었지만, 혼잡도가 함께 높아져 불편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기후환경부(가칭),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인사혁신처 등 9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했다. 승용차 이용 억제, 대중교통 공급 확대, 출퇴근 수요 분산, 대국민 캠페인 등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먼저 승용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단계별 차량 부제를 시행한다. 이미 4월 8일부터 공공부문에서는 승용차 2부제와 공영주차장 5부제가 시작됐다. 홀수 날에는 차량 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차량만, 짝수 날에는 짝수인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공영주차장은 끝자리 숫자에 따라 요일별로 출입이 제한된다. 위반 시 1회 경고, 2회 제재 및 기관장 통보, 3회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만약 자원안보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 민간 차량 5부제 도입도 검토한다. 이때 차량 5부제에 참여하는 운전자는 자동차 보험료 할인 특약(5월 중 신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부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영주차장 주변 불법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고, 국토부와 행안부 합동 현장점검도 실시한다.
교통유발부담금 감면제도도 적극 활용된다. 현재 인구 10만 이상 도시에서 연면적 1000㎡ 이상 건물에 부과되는 이 부담금은 부제 참여나 유연근무, 시차출퇴근 등을 실시하면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지방자치단체별 감면 기준을 유연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가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경부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 구간을 현행 안성IC에서 천안JC까지(58→81km) 연장하고, 운행 시간도 오전 7시~오후 9시에서 오전 6시~오후 10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이와 함께 전기·수소버스 구매융자 지원을 통해 사업용 차량의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대중교통 공급 확대는 혼잡이 심한 구간부터 우선 시행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방배 구간과 7호선 철산~가산디지털단지 구간에서는 4월 13일부터 하루 18회 증회가 이뤄졌다. 신분당선 정자~신사 구간도 평일 4회 증회해 혼잡도를 147%에서 약 120%대로 낮췄다. 경인선(1호선 동인천~용산) 급행열차는 대방·신길·개봉·동암·제물포 등 5개 역에 추가 정차한다.
버스 부문에서는 서울시 혼잡도가 높은 196개 노선에 대해 이미 1일 4회씩 증회가 완료됐다. 광역버스도 수원·양주 등 혼잡도가 높은 9개 노선(총 27회)을 대상으로 전세버스를 투입해 증회를 추진 중이다. 만약 유가 위기가 심각해지면 도시철도 파업 때와 같은 수준의 집중배차와 예비 전동차 투입이 이뤄진다.
장기적으로는 김포골드라인(최대 혼잡도 183.7%)에 전동차 5편성을 추가 증차하기 위해 국비 153억 원이 투입된다. 서울 4·7·9호선도 각각 3편성·1편성·4편성을 증차하며 총 256억 원의 국비가 지원된다. 아울러 국산 무선통신 기반 제어기술(CBTC)을 도입해 도시철도 배차 간격을 현행 150초에서 90초로 단축하고, 간선급행버스(BRT) 노선 확충, 제5차 광역교통시행계획 수립 등 지방 교통 인프라도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출퇴근 시간대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공공부문부터 시차출퇴근제를 적극 활용한다.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총 161만 3000명을 대상으로 시차출퇴근제 최소 30% 적용을 권고하고, 심각 단계에서는 50%까지 확대하며 재택근무도 장려한다. 민간 기업에도 유연근무 가이드라인과 장려금 안내 자료를 배포하고, 경제단체 간담회를 열어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교통비 인센티브도 대폭 강화된다. 정부가 지원하는 '모두의카드'는 환급 기준금액을 50% 인하해 사실상 '반값 모두의카드'로 전환된다. 여기에 출퇴근 시차시간(오전 5시 30분~6시 30분, 오전 9~10시, 오후 4~5시, 오후 7~8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환급률이 30%포인트 추가 인상된다. 예를 들어 수도권 기준 환급 기준금액이 6만 2000원에서 3만 원으로 낮아지고, 시차 시간대 이용 시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시스템 개선을 위해 5월 8일까지 사전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이 밖에도 AI 기반 교통카드 정산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 요금 정책을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환승센터 기본계획을 수립해 광역철도와 GTX 등 신교통수단과의 환승 편의를 높인다.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혼잡도가 높은 구간을 합동으로 현장 점검해 불편 사항을 직접 개선할 방침이다.
대국민 캠페인도 병행된다. 국토부는 대중교통 활성화와 출퇴근 혼잡 완화를 주제로 도로전광판(2650여 개)과 철도역 전광판(5500여 개) 등 총 8150여 개 매체를 활용한 캠페인을 즉시 시작한다. 기후환경부는 차량 부제 참여와 에너지 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보건복지부는 '대중교통+도보 출근' 인증 건강 챌린지와 261개 보건소를 통한 걷기 활성화 캠페인을 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KTV 국민방송과 공공기관 보유 매체 8000여 개를 통해 캠페인 영상을 수시로 송출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선제·즉시·심각·근본의 네 단계로 구분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유가 안정화와 대중교통 혼잡 완화가 이뤄질 때까지 각 부처는 지속적으로 협력해 대책을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