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가 대폭 개선된다. 고용노동부는 4월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퇴직금 회피를 위한 364일 계약, 1년 미만 반복 계약 등 불공정 고용관행을 근절하고, 노동가치와 고용불안정성을 정당하게 보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부문에서조차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공정 사례가 확인되고 낮은 처우 수준이 문제로 제기되자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후 중앙행정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약 2100개 기관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계약과 임금 실태를 조사했다.
실태조사 결과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는 약 14만 6000명이며, 이 중 1년 미만 계약자가 7만 3000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기간제 노동자의 평균 정액 임금은 월 289만원이었으나, 1년 미만 계약자는 월 280만원으로 더 낮았다. 같은 직종에서도 소속 기관에 따라 임금 차이가 발생했고, 정규직과 비교해 복지포인트, 식대, 명절 상여금 수령 비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첫 번째 핵심 과제로 '공정한 보수 지급'을 제시했다. 내년부터 공공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근로계약 기간에 따라 기준금액(생활임금 평균)의 10%에서 8.5%까지 차등 지급하는 '공정수당'을 도입한다.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더 높은 보상률을 적용해 고용불안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장기 계약을 유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1~2개월 계약 노동자는 기준금액의 10%인 약 38만원을, 11~12개월 계약 노동자는 8.5%인 약 249만원의 공정수당을 받게 된다. 아울러 공공부문 내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기간제 노동자가 생활임금 평균(최저임금의 118%) 수준의 적정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내년 예산안에 일시 반영할 방침이다.
임금 외에도 기간제 노동자의 복지3종(급식비,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과 수당 등 처우에 대해서도 실태를 파악하고 단계적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중앙부처 내 동일·유사 직종 비정규직 간 수당 차이에 대한 개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두 번째 핵심 과제는 '공정한 고용관행 확립'이다.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불가피한 경우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전심사제를 통해 업무 특성, 계약 기간, 인원 등 필요성을 심사받은 후에만 예외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
사전심사제도 내실화 방안으로 심사위원회 구성 시 외부위원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하고, 사전심사제 운영 여부와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미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면서 단기 계약을 반복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도록 했다. 또 2017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른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52개 기관에 대해서는 신속한 전환 결정을 지도할 방침이다.
공공부문 기관별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을 관리하고,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과 지방공기업 시스템(클린아이)을 통해 공시하는 체계도 마련한다. 특히 전년보다 비정규직 비중이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난 경우에는 확대 사유도 필수 공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남용을 막기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공공부문에서 초단시간 노동자 채용을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 반드시 사전심사제를 거치도록 했다. 이 경우에도 주휴수당 등 추가 비례 지급을 조건으로 해 단순한 비용 절감 목적의 채용을 차단한다.
처우개선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정부는 정기적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공무직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 현황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정책 결정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실태조사 과정에서 퇴직금 회피를 위한 364일 계약 등 불공정 관행이 확인되면 1년간 근로계약을 보장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 비정규직 고용 관련 지표를 강화하고, 자치단체 합동평가에도 반영을 검토한다. 고용노동부에는 비정규직 고용 심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일관되고 공정한 평가를 추진한다. 매년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관계부처 합동 TF를 정기적으로 운영해 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개선 사항을 발굴할 계획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합리한 처우를 겪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부문 불합리한 관행 상담센터'도 이미 지난 4월 6일 문을 열었다.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이 상담센터에서는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감독 등을 통해 조치하고, 불공정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이나 지도 등 필요한 조치를 해준다.
정부는 대책 이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신속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대책 내용을 정부 예산안에 반영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확산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9월부터 '공무직위원회'가 설치·운영됨에 따라 공무직 등 공공부문 처우개선에 대한 추가 논의는 이 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공정한 고용관행을 바로잡고 합리적인 처우개선을 통해 모범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공부문의 성과가 민간부문까지 확산돼 일하는 국민 누구나 일터에서 존중받고 땀의 가치에 맞게 대접받는 일터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