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車보험 ‘8주룰’ 또 제동… 5월 시행 사실상 무산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치료 기간을 제한하는 이른바 '8주룰' 도입이 또다시 늦춰질 전망이다. 오는 5월 시행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제도 도입 시점은 다시 불확실 국면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8주룰'은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의 통상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고, 이후 치료가 필요하면 별도 심사를 받도록 한 제도다. 환자가 치료 연장을 원할 경우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보험사는 이를 바탕으로 지급보증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과잉진료와 보험금 누수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보험개발원은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체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3% 수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손해율 상승세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지난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2%로,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이후 80%를 넘는 손실 구간이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제도화를 위해 지난해 6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고, 이후 금융감독원도 올해 1월 '8주룰'을 반영한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행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관계부처 협의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 길어지면서, 당초 올해 초로 거론됐던 시행 일정은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특히 한의계는 치료기간 제한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협의 없이 제도가 추진되고 있다며 치료권 침해와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자동차보험 진료비 위탁심사 평가 및 제도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송인선 대한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최근 차량 성능이 개선되면서 교통사고 환자의 상당수가 경상에 해당된다"며 "영상검사로 확인되지 않는 통증과 기능 제한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획일적인 기간제한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통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제처 심사를 강행하는 것은 협의 절차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어 지난 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8주 내 치료 종결' 통계가 실제 치료 종료가 아니라 보험 처리 관행을 반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평균 치료기간이 80일 이상이라는 감사원 자료를 근거로 제도 설계의 타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정부는 시행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제도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제도는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그 단계까지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5월 시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시행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제도 시행을 위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도 제도 도입 취지를 거듭 강조하며 조속한 시행을 바라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상환자 과잉진료 문제가 특히 일부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지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8주룰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관리 장치로서 의미가 있는 만큼, 시장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빠르게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